매장에 소변 누고, 깎아달라 12시간 졸라…중국인 '쇼핑 백태'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수년째 중국인 관광객, 이른바 유커(遊客)가 면세점 등 국내 유통업계의 실적을 좌우하는 '큰 손'으로 군림하는 가운데, 커진 영향력만큼이나 이들의 비상식적 쇼핑 매너에 대한 불만과 지적도 늘고 있다.
정찰제 상품을 막무가내로 깎아 달라고 하거나, 아무 데서나 흡연과 용변을 해결하는 등의 추태에도 국내 유통업체들은 막강한 이들의 구매력 앞에서 적극적 제재에 나설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처지다.
최근 출국을 앞둔 중국 여행객들이 면세물품 포장을 마구 버려 제주공항 대합실이 '쓰레기장'으로 변한 사진과 영상이 화제가 됐지만,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그 정도는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20년 넘게 제주도 내 한 면세점에서 일한 직원은 "면세점 입구 앞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침과 가래를 많이 뱉기 때문에 항상 미화원들이 고생한다"며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중국인도 많은데, 근처 경찰서가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전단지까지 만들어 현장에서 계도하지만 거의 효과가 없다"고 전했다.
심지어 면세점 현관 앞에서 중국인들이 주저앉아 포커 등 도박을 하는 장면도 목격되고, 면세점 내부 복도에는 언제나 중국인들이 먹다 흘린 치킨 등 음식 찌꺼기가 굴러다녀 골칫거리다.
용변 문화 차이에 따른 갈등은 더 심각하다.
제주 면세점 직원은 "어떤 중국인 부모는 아이가 소변이 급하다고 하니 매장 구석에서 그냥 누이는 경우도 있었다"며 "좌변기에 익숙해서인지, 중국인들이 양변기를 밟고 올라앉아 용무를 보는 일도 흔해 다른 면세점 이용객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일도 많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물건을 고르고 사는 과정에서 유커가 이른바 '진상' 손님으로 돌변하는 경우도 흔하다.
얼마 전까지 서울 시내 면세점 내 명품 시계 매장에 근무했던 이 모 씨는 약 3년 전 중년 남성 중국인 관광객의 '대륙풍 흥정'에 무려 12시간이나 시달린 경험을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오전 9시 30분쯤 개장하자마자 온 중국인 고객이 시계를 고른 뒤 값을 깎아 달라고 하더니 그 날 저녁 9시 문을 닫을 때까지 한 자리에서 거의 영업을 하지 못할 정도로 계속 졸랐다"며 "면세점은 정찰제여서 에누리가 불가능한데도 막무가내로 우겨서 정말 난감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중국인 손님은 이미 일본인 관광객이 결제까지 마친 시계가 마음에 든다며 계속 "취소하고 나에게 넘기라"고 생떼를 쓰기도 했다.
당황한 일본인 관광객은 계속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중국인이 붙잡고 놔주지 않아 면세점 직원들이 떼어놓고 설득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중화사상'과 '재력'을 바탕으로 한국인 직원들을 무시하고 고압적 태도가 몸에 밴 유커들도 있다.
이 씨는 "어떤 유커는 '007 가방'을 열고 현금다발을 보여주더니 중국어로 계속 '내 재력이 이 정도이니 특별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직원들의 주의 요청이나 안내를 전혀 듣지 않고 줄을 서지 않거나 고른 물건을 던지듯이 내팽개치는 일은 다반사"라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에는 나이가 지긋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 대신 해외여행 경험이 풍부한 젊은 20·30대 중국인 자유여행객이 늘면서 터무니없는 '배 째라'식 추태는 많이 줄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젊은 개별관광객, 이른바 '싼커(散客·개별관광객)'들은 또 다른 형태의 '갑질'에 능숙하다.
서울 시내 면세점의 고객 불만·민원 담당 직원 김 모 씨는 "젊은 중국인 면세점 VIP 회원들이 다른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멤버십 카드를 빌려주고 할인을 받고, 자기는 구매 실적을 늘리는 경우가 최근 많이 적발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자기가 마음에 드는 물건 재고가 없다고 하면, 믿지 않고 다짜고짜 매장에서 '한국 면세점이 거짓말을 한다'며 다른 중국인들을 선동하거나 '웨이보 등 SNS나 온라인에 한국 면세점이 형편없다고 올리겠다'고 반 협박하는 사례도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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