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하원외교위원장 "플린 사퇴는 미-러 관계 훼손 목적 도발"(종합)

입력 2017-02-15 01:15
수정 2017-02-15 09:15
러 하원외교위원장 "플린 사퇴는 미-러 관계 훼손 목적 도발"(종합)

"양국 대화 채널 구축에 부정적 신호"…"러시아포비아 새 정부 엄습"

(모스크바·뉴욕=연합뉴스) 유철종 김화영 특파원 = 러시아 의회 고위 인사가 러시아 측과 내통한 혐의를 받은 마이클 플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해임을 미-러 관계를 훼손하려는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레오니트 슬루츠키는 14일(현지시간) "플린 사퇴와 관련된 상황은 도발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미-러 대화 채널 구축에 부정적 신호"라고 지적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슬루츠키는 "플린이 일정한 압박 때문에 자진 사퇴서를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 분명해 보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사퇴서를 수용했다"면서 "사퇴 사유가 된 러시아 대사와의 접촉은 통상적 외교활동이었다"며 플린을 두둔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플린 사건의) 목적은 미-러 관계이고 새로운 미 행정부에 대한 신뢰 훼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며 "앞으로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러 간 소통의 중재 역할을 했던 플린 해임이 양국 간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신뢰를 훼손하려는 반대 세력의 도발이라는 주장이었다.

플린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하면서 대(對) 러시아 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폭로돼 궁지에 몰렸다.

트럼프 선거 캠프에서 안보 고문이었고 트럼프 당선인 시절에도 정권 인수위원회 인사였던 그가 러시아 대사와 나눈 대화는 통상적인 논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그가 이와 관련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거짓 해명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펜스 부통령이 언론에 나서서 거짓을 말하게 했다는 사실이 미국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나자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다.

백악관 안팎의 사퇴 압력이 거세지자 결국 플린이 별도의 사퇴입장문을 통해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고 백악관은 13일 성명을 통해 플린 보좌관의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의회에서도 미-러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사그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플린의 사퇴가 이런 희망에 엄청난 타격을 준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일부 의원들은 미국의 뿌리 깊은 '러시아 혐오'가 되살아났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콘스탄틴 코사체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망을 통해 "(플린의 사임은) 단지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피해망상증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나쁜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코사체프는 "트럼프 대통령은 (플린 보호에 필요한) 독립적인 위치를 갖지 못한 채 코너로 몰렸다"면서 "'러시아 포비아(Russophobia)'가 새 정부의 밑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스며들어 있다"고 짚었다.

알렉세이 푸슈코프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플린은 크렘린과 너무 가깝다는 의혹 때문에 경질됐지만 이것은 '1막'일 뿐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이제 목표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말로 플린의 사퇴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리로 한 '트럼프 흔들기'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cjyou@yna.co.kr, quinte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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