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만에 소 757마리 살처분…'구제역 공포' 커지는 충북 보은

입력 2017-02-12 04:30
수정 2017-02-12 09:48
엿새만에 소 757마리 살처분…'구제역 공포' 커지는 충북 보은

자고 나면 들어 오는 의심 신고…"바이러스 다 퍼졌다" 불안감 증폭

소 9천마리·돼지 3천400마리, 보은 최대 축산단지 …농민들 '발만 동동'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보은군 마로·탄부면 일대에 구제역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 지역은 올해 첫 구제역이 터진 곳이면서 소 9천100여마리와 돼지 3천400여마리가 사육되는 대규모 축산단지다. 보은군 내 전체 우제류(5만4천마리)의 4분의 1이 몰려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 11일 보은읍 마로면 송현리 한우농장에서 혀가 벗겨지고 식욕이 떨어지는 등 구제역 의심증세를 보이는 소 6마리를 발견, 도살처분했다고 밝혔다.

이 농장은 지난 5일 첫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의 젖소농장에서 불과 460m 떨어져 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뒀지만, 같은 마을이나 다름없다. 지난 9일 2차 구제역이 발생한 탄부면 구암리의 한우농장과도 1.5㎞ 남짓한 거리를 두고 있다.

축사와 돈사가 오밀조밀 몰려 있는 곳에서 구제역 확진과 의심 소 발생이 잇따르자 농민들은 "이미 구제역 바이러스가 이 지역에 퍼질 대로 퍼진 것"이라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음은 또 어느 농장서 구제역이 터질지 몰라 좌불안석하는 모습이다.

장태원 관기리 이장은 "소를 키우는 10여 가구가 약속이라도 한 듯 문을 걸어 잠그고 이웃과 왕래를 끊은 상태"라며 "2차, 3차 감염 소가 나오면서 구제역 공포가 짙어지고 있다"고 침울한 분위기를 전했다.



의심 소가 발생한 송현리는 이날 마을회관까지 폐쇄했다.

정영일 이장은 "구제역이 우리 마을로 넘어왔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마을 입구에 소독소가 들어서고 뿌연 소독약을 내뿜는 방역차량이 오가는 등 분위기가 살벌하다"고 전했다. 그는 "흉흉해진 분위기 탓도 있지만, 방역에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에 마을회관도 걸어잠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의심 소가 나온 농장은 한우 68마리를 키운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농장도 여러 곳이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살처분 두수가 늘어나는 것도 주민한테는 공포 그 자체다.

방역당국은 구제역 발생 농장 2곳의 젖소와 한우 569마리를 모두 땅에 묻었고, 항체 형성률이 낮게 나온 인접농장의 소 182마리도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했다. 이날 의심 소까지 합치면 1주일 새 이 지역 소 757마리가 매몰처리됐다.

장 이장은 "소를 땅에 묻은 중장비 소리가 밤새 울려퍼지는 바람에 많은 주민이 잠을 설쳤다"며 "덩치 큰 소는 닭·오리와 달라 살처분 장면 자체가 무섭고, 끔찍하다"고 전했다.



주변 축산농민들은 언제 엄습할지 모를 구제역 때문에 좌불안석이다.

보은군이 확산 가능성을 열어두고 특별관리하는 방역대(반경 3㎞) 안에만 소 9천여 마리의 소·돼지가 사육되고 있다.

이곳에서 300여마리의 한우농장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구제역 발병이 이어지면서 잠시도 소한테서 눈을 떼지 못한다"며 "지난 7일 부랴부랴 백신까지 추가 접종했지만, 코앞까지 밀고 들어온 바이러스에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라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 판국에 어제는 가축위생시험소 직원들이 항체 생성 여부를 알아보겠다며 혈청을 뽑으러 왔더라"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는 뒷북행정에 화가 치밀어 문조차 열어주지 않았다"고 무기력한 축산당국을 비난했다.

보은군은 추가 발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신중수 보은군 가축방역계장은 "지난 6∼7일 추가 접종한 백신이 효과를 내려면 적어도 1주일 이상 기다려야 한다"며 "이때까지가 추가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취약기"라고 설명했다.

군은 하루 2차례씩 관내 모든 축산농가에 전화를 걸어 의심증세가 없는지 확인하는 한편 군부대 지원까지 받아 비상 방역에 나서고 있다.

bgi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