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주간화제] 황영기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겠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올해 국내 증권사에 불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원년으로 삼겠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은행 등 국내 다른 금융기관보다 불합리한 대접을 받는 증권사 차별을 더는 용인하지 않겠다며 칼을 빼 들었다. 이 발언은 한 주 내내 증권가에서 회자됐다. '검투사'가 그냥 붙여진 별명이 아님을 온몸으로 보여준 셈이다.
취임 3년 차인 황 회장은 지난 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증권사는 은행 등 국내 다른 금융기관보다 불합리한 대접을 받고 있거나, 해외 투자은행(IB)과 비교해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러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증권사들이 금융결제원 규약에 묶여 이미 허용된 법인 대상 지급결제 업무도 못하고 있는 게 기울어진 운동장의 대표사례"라며 "지급결제망은 금융업 전체 필수 인프라로 은행 등 특정업권이 독점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환 업무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지난해 규정방식 변경에도 증권사는 여태 외화이체와 일반환전이 안 되고 은행 간 외화 대출시장에도 참여할 수 없어 원스톱 외환서비스 제공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외국 회사와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운동장을 마련해주는 게 중요하다"며 오는 5∼6월에 국내외 균형발전 로드맵을 만들어 국회와 정부에 제시, 하반기에 규제 개선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신탁업법 별도 제정 논의를 두고 은행의 금융투자업체 밥그릇 빼앗기라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농사꾼(은행업)과 사냥꾼(운용업)이 교역을 통해 약점을 보완해야 하는데, 농사꾼이 수렵에 나서고 사냥꾼이 농경을 위해 정착하는 건 시장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신탁업법 분리 움직임으로 은행이 집합투자업에 진출한다면 전업주의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회장의 이런 과감한 발언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금융과 실물을 모두 경험한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평이다. 그는 증권과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뿐 아니라 은행권 최고경영자도 지냈다.
그는 1975년 삼성물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옛 삼성투신운용과 삼성증권 사장을 연거푸 맡았고 2004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KB금융지주 회장에도 올랐다.
금융권을 잠시 떠났다가 2015년 2월 자율 투표에서 승리해 금융투자협회장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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