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은 회장 "유가상승시 소난골 협상 빨라질 것"(종합)

입력 2017-02-08 17:36
이동걸 산은 회장 "유가상승시 소난골 협상 빨라질 것"(종합)

"대우조선 회사채 상환 여러 방안 고심…국민혈세 추가 투입 없다"

"대우조선 상장요건 갖춰… 대우건설[047040] 관련 시장의 의구심 해소 노력"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구조조정 중인 대우조선해양[042660]에 어떤 경우에든 국민 혈세가 더 투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8일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대우조선의 유동성을 어떻게 확보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인지 관계 당국과 고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대우조선의 유동성 문제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9천4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이 중 4월 21일이 만기인 회사채만 4천400억원에 달한다.

이 회장은 회사채 상환을 위한 유동성 확보 방안으로 "어떤 선택도 '드롭'할 필요는 없다. 여러 선택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현대상선[011200] 당시 채택했던 타 채권자의 손실분담 방법, 2015년 6월 말 기준으로 시중은행이 여신 한도를 회복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예시로 들었다.

그러면서도 "기일이 도래하기 전까지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지금부터 누군가에게 어떤 부담을 지운다고 하는 것은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난골 인도 협상과 관련해서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지만 매듭의 기본 골격에는 근접했다"며 "상반기까지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우조선은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 2척의 인도가 연기되면서 1조원 가량의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우조선, 채권단이 소난골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협상이 진행됐을 당시 유가가 (배럴당) 26달러였는데 어제 55달러로 올랐다"며 "유가가 65달러를 넘어서면 협상이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우조선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재 논의가 오가는 수주 건이 2분기에 들어서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낙관했다.

또 "방산 부문의 (수주관련) 큰 딜이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우조선의 3월 상장이 "다소 늦어질 수 있지만 상장에 필요한 요건은 갖춰져 있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이 1년만 더 견뎌주면 23조원이 회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대우조선의 수주잔량은 114척, 320억달러어치다. 이 선박들이 제때 건조돼 선주들에게 인도되면 수년에 걸쳐 국내에 들어오는 돈만 23조4천억원이고, 이로 인해 해소되는 선수금환급보증(RG) 규모는 7조9천억원에 달한다.

현 상황이 어렵다고 대우조선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회장은 STX조선의 법정관리행과 관련해 "2년 전에 조치가 있었다면 2조원을 절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진해운[117930]에 대한 산업은행의 조치를 비판하는 여론에 대해서는 "당시 잔존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은데 왜 이런 조치를 하느냐, 살릴 수 있다고 이야기한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냐"며 "역사의 시점에서 중요한 결심이 당시에는 비난·힐책을 받을 수 있지만 세월이 가면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내일 회사(대우건설)에서 기자회견을 한다. 그때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3분기 감사보고서가 '의견거절'이 나와 현재 매각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9일 대우건설의 실적 발표에서 '적정 의견'이 나오면 비로소 매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이 회장은 "대주주로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다면 시장의 의구심이 다 풀릴 수 있도록 회계법인이 전 세계 사업장을 실사할 수 있게 했다"며 "시장이 이야기하는 불확실성을 제거해 건강한 매물로서 재탄생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건설의 지금 주가는 5천200원 정도인데 우리 기준으로는 1만3천원이 돼야 한다"며 "명백히 손실을 보고 팔기는 힘들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산은캐피탈 매각과 관련해서는 "시장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매물로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매각보다 급한 문제"라며 당장 매각에 나설 계획은 없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산업은행은 올해 모두 62조5천억원의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신성장 분야에는 작년에 견줘 1조원 늘어난 20조원을, 중견·예비중견 기업 지원에는 3조원 증가한 29조원을 각각 투입한다.

산업은행은 중남미를 비롯한 신흥국에 데스크를 설치하거나 1인 주재원을 파견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에서 금융자문 업무를 늘릴 계획이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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