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폭해진 죽음의 질주…사고 낸 뒤 튀는 만취운전 급증

입력 2017-02-09 06:12
수정 2017-02-09 09:40
흉폭해진 죽음의 질주…사고 낸 뒤 튀는 만취운전 급증

작년 음주운전 22만6천건 적발…객기 부리다 사고나면 처벌 두려워 뺑소니

"한 잔은 괜찮아" 잘못된 인식 여전…"명백한 살인행위, 처벌 강화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경찰이 지난해 단속과 처벌을 강화했지만, '도로의 살인행위'로 불리는 음주운전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새벽 0시 50분께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 교차로에서 이모(41)씨가 몰던 스포티지 SUV가 앞서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 3대를 연이어 들이받았다.

이씨는 사고 직후 운전해서 달아났다가 약 1시간 뒤 경찰에 자수했다.

조사 결과 이씨는 면허 취소 수치인 혈중 알코올농도 0.147% 상태로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로 인한 중상자는 없었지만, 택시 3대에 타고 있던 운전기사와 승객 8명이 다쳐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인천에서는 30대 회사원이 만취 상태로 시속 90㎞ 죽음의 질주를 벌이다 사고를 내 행인 2명이 숨졌다.

지난달 25일 오전 4시 25분께 서구 가좌동 도로에서 A(30)씨가 몰던 승용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반도체 부품 제조 회사 40대 직원 두 명을 들이받았다.

사고 당시 출동한 경찰이 측정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인 0.131%였다.

A씨는 서울 강서구에서 소주 1병가량을 마시고 인천까지 20여㎞에 달하는 거리를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경찰에서 "평소 주량의 절반밖에 마시지 않아 괜찮을 줄 알고 그냥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음주 운전은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을 하지 못한 채 "한잔이면 괜찮겠지"하는 생각에서 나온 무모한 행동이 참사를 부른 셈이다.

지난달 29일 경남 김해에서는 '소주 한잔'을 마신 음주 운전자가 갓길에서 타이어를 교체하던 운전자와 견인차량 운전기사를 들이받아 숨지게 했다.

음주 사고를 낸 박모(36)씨는 사고 직후 차량을 버리고 달아났다가 20시간 만에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 추궁 끝에 박씨는 "부산에서 친구들과 소주 한 잔만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김해 서부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혐의로 박씨를 구속했다.



연초부터 쉬지 않고 발생하는 무모한 죽음의 질주에는 군인과 경찰도 예외가 없었다.

지난달 24일 청주에서는 휴가 나온 육군 장병 전모(22)씨가 친구 2명을 태우고 음주 운전하다 가로등을 들이받은 뒤 전복됐다.

하루 전날인 23일 인천에서는 서부경찰서 소속 B(30) 순경이 혈중알코올농도 0.074% 상태로 운전하다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 운전 적발 건수(음주 사고 포함)는 22만6천599건으로 집계됐다.

적발자 중 절반 이상인 12만799명은 혈중알코올농도 0.1% 이상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면허가 취소됐다.

최근 3년간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하루 평균 620명 음주 운전으로 형사 입건되고 있다.



사법 당국이 음주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를 구속해 3년 이상 구형하고 상습 음주 운전자의 차량을 몰수 등 처벌 수위를 높였지만, 큰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영식 서원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음주 운전은 범죄라는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음주 적발자에 대해서는 면허 재취득 절차를 엄격하게 하는 등 관리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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