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부재 어떻게 메우나…컨테이너 수송력 반토막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장기불황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해운업계가 한진해운[117930]의 몰락으로 그 어느 때보다 큰 위기를 맞게 됐다.
법정관리 신청 때부터 파산 선고는 예견됐던 일이지만 당장 국내 1위, 세계 7위였던 국적 선사의 부재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때 세계 6위였던 한국 해운업 규모는 불과 3개월여 만에 반 토막이 났다.
해운조사업체 알파라이너의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한국의 컨테이너 수송력은 51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다.
한진해운이 8월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의 106만TEU와 비교하면 59% 줄어든 수준이다.
한진해운이 모항으로 삼던 부산항은 물동량이 크게 줄어 직격탄을 맞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항은 전년보다 0.2% 감소한 1천946만9천TEU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처리했다.
부산항의 물동량이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이로 인해 부산항은 2016년도 세계 주요 항만 컨테이너 처리 실적 순위에서 6위에 머물러 2014년 이후 5위 항만 자리를 되찾는 데 실패했다.
한진해운 침몰의 반사 이익은 '치킨게임'에서 승리한 외국 선사들에 고스란히 돌아갔다.
부산항만공사가 작년 11월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한진해운의 아시아∼북미 항로에서 빠져나간 화물이 세계 1, 2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에 대부분 옮겨갔다.
머스크와 MSC의 해운얼라이언스인 2M의 아시아→북미 항로 점유율(17.50%)은 1년 전보다 3.5%포인트 올랐고, 북미→아시아 항로 점유율(24.16%)은 같은 기간 7.8%포인트나 상승했다.
중국 코스코, 대만 에버그린, 일본 K-라인 등 다른 선사들도 작게는 0.6%포인트, 많게는 9.48%포인트의 점유율 상승을 기록하는 등 상당한 이득을 봤다.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국내 1위 선사 타이틀을 짊어진 현대상선[011200]은 어깨가 무거워졌다.
정부는 한진해운의 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도록 한 뒤 세계 5위의 해운사로 키운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애초 한진해운과 규모 차이가 큰 데다 장기불황 속에 지금도 경영정상화 과정을 밟는 단계여서 해운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엔 어려움이 많다.
2016년 6월 기준 현대상선의 선복량(적재능력)은 40만257TEU로 한진해운의 62만5천416TEU와 20만TEU 넘게 차이가 난다.
글로벌 선복량 순위는 한진해운(8위)보다 여섯 계단 낮은 14위에 머물렀다.
한진해운의 물량을 일부 흡수하면서 지금은 선복량이 45만5천859TEU, 순위는 13위로 올랐지만 다른 경쟁사들과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해운업계는 상위 업체들을 중심으로 몸집 불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는 독일 함부르크수드를 인수했고 일본 3대 정기선사는 컨테이너 사업부문을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하팍로이드의 UASC 인수, 코스코와 CSCL 합병 등 사례도 있다.
이처럼 글로벌 해운업계 재편이 한창인 상황에서 현대상선마저 무너지지 않으려면 정부가 마련한 6조5천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선대 규모를 키우고 영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한진해운의 아시아∼미주 영업망과 인력을 넘겨받아 올 3월 출범 예정인 SM상선의 역할도 중요하다.
컨테이너선 운영 경험이 없는 한계를 극복하고 한진해운의 오랜 노하우와 신뢰도를 십분 활용해 초기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것이 가장 큰 숙제로 꼽힌다.
bry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