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남자 증가가 여자 때문?…남성지배체제 재편 과정일 뿐"

입력 2017-02-02 08:24
"못난 남자 증가가 여자 때문?…남성지배체제 재편 과정일 뿐"

신간 '남자문제의 시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지난해 11월 한 결혼정보업체가 25∼39세 미혼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상적 남편의 조건으로 연봉 5천만원, 자산 2억7천만원, 4년제 대학 출신, 공무원 등이 꼽혔다.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한 기사에는 댓글 1천700여 개가 달렸는데, 작성자 중 78%가 남성이었다. 호응도가 높은 댓글은 "공무원 연봉 5천만원 넘으려면 적어도 40대 중반", "그런 조건의 사람이 당신을 좋아할까요" 등 비꼬는 내용 일색이었다.

'여성혐오'가 사회 문제가 될 정도로 여성에 대한 남성의 적개심이 커지고 있다. 각종 통계를 보면 이미 대학 입학률이나 고시 합격률에서 남녀 사이에 별반 차이가 없다. 잘난 여성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못난 남성도 증가했다.

남성의 전반적 지위 하락은 비단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가까운 일본에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고 연애를 완전히 포기한 남성이 적지 않다.

젠더론을 연구하는 다가 후토시(多賀太) 일본 간사이(關西)대 교수가 쓴 '남자문제의 시대'는 남자가 여자에게 밀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본 책이다.

저자는 먼저 '덜떨어진 남성'과 '우수한 여성'의 대비가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학교에서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도 남자가 여자보다 많은 실정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남자문제'가 유독 학생보다는 성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저자도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결혼을 기피해 '어른'이 되지 못하는 남자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그는 못난 남자가 증가한 이유를 산업구조의 재편에서 찾는다. 기존의 산업사회에서는 이성, 근력노동이 높게 평가돼 남성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많았으나, 지금은 인간관계와 대인 서비스 같은 능력이 중시돼 남성이 여성보다 취업에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어 많은 남성이 '패배자'로 전락한 것은 여성과의 경쟁이 아니라 남성 간의 경쟁에서 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일정한 비율의 남성들을 '진짜 남자'로부터 배제하고 사회에서 주변화시키는 것은 신자유주의 아래서 진행돼온 남성지배체제의 재편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즉 남성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거시적인 사회 변동과 연관 지어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일부 남성들이 자신을 여성을 우대하는 분위기에 따른 '피해자'라고 여기는 시각은 온당한 것일까. 저자는 국회의원, 고위직 공무원, 기업 경영진의 성비를 보면 '유리천장'(여성을 향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엄존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여전히 남성이 월등한 우위에 있다고 강조한다.

들녘. 책과 사회의 소통을 생각하는 모임 옮김. 256쪽. 1만4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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