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反이민 행정명령에 소송 봇물…'위헌소지' 법적논란 가열

입력 2017-01-31 11:56
트럼프 反이민 행정명령에 소송 봇물…'위헌소지' 법적논란 가열

차별금지 헌법조항 근거 소송 잇따라…대통령 광범위한 재량권 반론도

"위헌적 요소에도 승소 쉽지않아"…'종교테스트' 첨예한 쟁점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무슬림 7개국 국민의 입국을 일시 금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 발동 이후 미국 전역에서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뉴욕부터 시애틀까지 연방 판사들이 트럼프 행정명령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연달아 내린 데 이어 워싱턴주 법무장관까지 반 트럼프 소송 대열에 가세했다. 다른 주로도 소송이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종교적 차별대우를 금지한 미국 수정헌법 1조를 근거로 시민단체들의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행정명령의 위헌적 요소를 심판대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급기야 샐리 예이츠 법무장관 대행은 법무부가 연방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정부를 변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예이츠 장관 대행 해임으로 맞서고 있다.



30일(현지시간) CNN방송과 AP통신에 따르면, 미 법학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명령의 위헌 소지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시카고대학 에릭 포스너 교수는 "연방법은 대통령에게 미국의 이익을 해칠 경우 특정 외국인 계층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무제한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면서 "이민법규가 국가안보상 이유를 포함해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재량권을 준 것"이라고 행정명령을 지지했다.

포스너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입국이 허용된 점에 비춰 이는 이슬람에 대한 적개심의 발로가 아니며, 따라서 법원도 행정부 정책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뉴욕대학 애덤 콕스 교수는 "과거에는 법원이 차별적 정책을 옹호하곤 했지만, 이제는 베일을 걷어내는 것이 가능한 때"라며 "이번 행정명령이 적대감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콕스 교수는 "법원이 종교·인종에 대한 차별이란 관점에 도달한다면, 바로 그 점에서 단순히 이민정책이란 이유로 위헌 소지에 대한 공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는 결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대통령 무제한 재량권' vs '종교·인종 차별금지 저촉'

우선 '대통령 권한'과 '차별금지 조항'이 현재 대두하는 주요 쟁점이다.

트럼프의 이번 행정명령은 이민국적법(INA)상의 광범위한 행정권한에 근거를 두고 있다.

관련 조항에는 '대통령이 어떤 외국인 또는 외국인 계층의 입국이 미국의 이익을 해친다고 판단할 경우, 필요한 기간 입국을 금지하거나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제한을 가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 법에는 '어떤 사람도 인종, 성별, 국적, 출생지, 거주지 때문에 입국 비자의 발급 등에서 차별 또는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여러 가지로 이번 조치에 대항할 법적인 방도가 있다고 주장한다.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 이민국적법상 차별금지 조항에 근거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카토 연구소의 이민정책 분석가 데이비드 비어는 "트럼프의 새 정책은 어떻게 적용되느냐에 따라 국적, 출생지, 거주지 등 세 가지 중 적어도 하나에 관해서는 (차별금지) 조항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밖의 난민을 합법적으로 배제하는 쪽으로 이민국적법이 적용될 수 있겠지만, 일단 미국 땅에 발을 내디딘 사람에 대해서는 박해가 예상되는 본국으로의 송환을 금지하는 조항도 적용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는 국제법에서도 통용된다.



◇ '종교 테스트?' 끝없는 논란…절차적 정당성 지적도

코넬대 로스쿨의 스티븐 예일-로어 교수는 무슬림 입국자의 공항 억류를 소명 기회도 주지 않고 운전면허 자격을 박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예일-로어 교수는 "절차적 정당성 위반이 될 수 있다"면서 "어떤 종류의 소명 기회도 주지 않고 (입국이 금지된 이민자를) 비행기에 태워 되돌려 보낼 순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번 행정명령이 입국자들에 대한 '종교 테스트'가 아니냐는 것이 가장 큰 논란거리다.

헌법 전문 변호사들은 모든 무슬림을 입국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출신국에 따라 의도적으로 차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이라크 출신과 프랑스·독일 출신 입국자를 다르게 대우하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행정명령이 이슬람의 박해를 피해 도망쳐온 기독교계 난민에게 입국 금지 면제라는 특혜를 주는 것도 국교설립조항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변호사들은 덧붙였다.

조지타운대학 데이비드 콜 교수는 "행정명령이 기독교도를 선호한다고 드러내놓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자이고, 그는 명백하게 그렇게 얘기한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미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에게 부여된 법적·헌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건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며 "불허된 비자와 여행금지 조처는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명령에 반발해 제기된 여러 건의 소송 판결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다.

예일-로어 교수는 "대통령이 폭넓은 재량권을 갖고 있고, 법원이 여기에 관여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길 가능성이 있다"면서 "행정명령이 지독하게 위헌적 요소를 갖고 있더라도 소송에서 이를 관철하기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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