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통상 U턴'…한국기업, 해외진출 전략 긴급 수정
멕시코·베트남 진출 기업 '울상'…자동차는 '반사 이익'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확 바뀐 통상 정책 기조에 우리 기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이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면서 멕시코나 베트남 등 해당 협정의 수혜지역에 진출한 기업들은 경영전략을 바꿔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은 일본이 주도적으로 이끌던 TPP가 무산됨에 따라 다소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지만, 트럼프식(式) 보호무역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그의 다음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멕시코나 베트남에 투자했던 우리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저렴한 인건비와 미국 시장과의 접근성을 위해 멕시코로 향했던 기업은 NAFTA 재협상 결과에 따라 자칫 고관세 폭탄을 맞을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35% 관세 부과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올해 1분기 멕시코에 연간 3만t 생산 규모의 복합수지 공장을 완공해 가동하려던 GS칼텍스 멕시코법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NAFTA 재협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략 수정에 나섰다.
당초 이 공장에서 자동차 대시보드용 소재 등을 생산해 주로 기아차[000270]의 멕시코 공장에 납품하려 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기아차에 생산 물량의 절반가량을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멕시코 내 다른 글로벌 완성차업체나 글로벌 가전업체로 고객을 다양화하고, 제품도 다양화·고부가가치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에서 자동차용 아연도금 강판 공장을 운영 중인 포스코[005490]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포스코 관계자는 "고객사들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따라 대응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만큼 멕시코 내 고객사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TPP 탈퇴는 베트남 진출 기업에 가장 큰 충격을 줬다.
베트남은 TPP 발효 시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하면서 여기서 생산된 제품이 미국 수출 등에서 혜택을 볼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이로 인해 우리 기업의 베트남 진출도 활발히 이뤄져 지난해 기준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법인은 2천746개사로 추산됐다.
그러나 일본과 함께 TPP를 주도적으로 이끌던 미국이 빠져나감에 따라 베트남 진출에 따른 이득도 현저히 줄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 제현정 통상협력실 차장은 "TPP는 아직 발효되지 않은 협정인 데다가 우리나라는 빠져 있어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TPP 발효를 기대하고 수혜국인 베트남 등에 투자했거나 멕시코 등 NAFTA 당사국에 진출한 기업의 경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산업은 일본과의 수출 경쟁에서 다소 유리한 위치를 지켜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와 달리 아직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은 TPP가 발효되면 일본산 승용차를 미국에 수출할 때 부과되는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탈퇴로 일본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유지될 수밖에 없어 우리나라는 미국 시장 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일본 자동차 업체의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단순히 NAFTA나 TPP가 문제가 아니란 의견도 있다.
이것을 시작으로 보호무역이 더욱 강화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전체적인 무역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미국의 TPP 탈퇴가 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이 있어 향후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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