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는 지정학적 투쟁의 장"…한국은 또 충돌지대 될까

입력 2017-01-21 11:10
"동아시아는 지정학적 투쟁의 장"…한국은 또 충돌지대 될까

강성학 명예교수 '한국의 지정학과 링컨의 리더십'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지정학(地政學)은 지리적 환경을 통해 국제 정세를 풀어내는 학문이다. 구한말 한반도가 열강에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에 대한제국이 일제에 국권을 빼앗겼다고 보는 견해가 바로 지정학이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부상하면서 다시 지정학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유라시아 대륙의 끝에 있고, 세계 정치를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있는 한국에서는 지정학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지정학연구원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는 신간 '한국의 지정학과 링컨의 리더십'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은 한국인들 삶의 변함없는 조건이자 국제정치의 구조적 제약"이라고 단정한다.

그가 보기에 한반도는 대륙의 강대국을 위한 완충지대로, 해양 강대국의 교두보로 기능했다. 그 결과 대륙과 해양 세력이 모두 한반도를 노릴 때는 '충돌지대'로 급변했다.

문제는 중국과 미국의 잠재적인 지정학적 경쟁이 21세기 국제정치에서 가장 큰 쟁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전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를 오가는 외교 활동을 펼쳐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9월 중국 전승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했지만, 지난해 미국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저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한국의 시도는 프라이팬에서 불로 뛰어드는 것과 같은 자멸적 행위"라며 "균형은 강대국들만 쓸 수 있는 전략이고, 한국은 균형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가장 강한 국가에 편승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나라는 여전히 미국이다.

저자는 "한국이 이중적 태도를 계속 보인다면 미국은 군사동맹으로서의 신뢰를 잃을 것이고 한국은 침묵 속에서 버려질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의 지정학적 현실을 살펴본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서는 우리나라에 필요한 지도자상으로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을 꼽고, 그의 리더십을 분석한다.

그는 링컨 대통령을 남북으로 분열된 미국을 통일하고 민주주의를 이룩한 인물로 평가하면서 지식, 분별력, 의무, 애국심, 용기, 수사학, 장엄함 등 7개 덕목을 지니고 있었다고 말한다.

고려대 출판문화원. 524쪽. 2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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