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경전철, 파산 신청 놓고 '책임 공방' 가열

입력 2017-01-18 18:47
의정부시-경전철, 파산 신청 놓고 '책임 공방' 가열

市 "사회적 책임 다하지 못해" vs 경전철 "4천억 손실 감수하려는데 시가 거절"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의정부경전철 파산 신청을 놓고 주무관청인 의정부시와 사업시행자인 의정부경전철 측이 서로 "공익을 외면했다"며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인 시는 막대한 혈세를 들여 건설한 경전철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대기업 등이 포함된 경전철 측은 이윤만 추구해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각각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책임 공방의 포문은 의정부시가 열었다.

시는 지난 12일 경전철 측의 파산신청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성명을 낸데 이어 18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 "민간투자사업은 사업자가 조달한 차입금을 스스로 책임지고 상환해야 하는데도 이를 시의 지원으로 해결하려 했다"며 "사익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공익을 외면한 것"이라며 경전철 측을 비판했다.

시는 또 "사업자(경전철)가 운영비 지원 제안을 거부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채 파산 신청을 결정했다"면서 "사업자가 경전철을 책임 운영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재차 유감을 표했다.

이에 경전철 측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발생할 4천억원대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공익을 위해 경전철을 계속 운영하려고 제안한 사업 재구조화 방안을 거부당했다"며 파산 신청 책임을 시에 돌렸다.

그러면서 "사업 재구조화를 통해 상생의 길을 찾으려 했지만 주무관청인 의정부시가 거부해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수도권 첫 경전철인 의정부경전철은 2012년 7월 1일 개통된 뒤 승객 수가 예상에 미치지 않아 지난해 말 기준 누적적자가 2천200억원을 기록했다.

하루 7만9천49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개통 초기 1만5천명 수준에 불과했고 이후 수도권 환승할인과 경로 무임승차를 시행했는데도 3만5천명에 그쳤다.

승객이 늘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경전철 대주단은 두 차례 사업 포기를 요구했고 경전철 측은 사업 재구조화 방안을 마련해 경영 정상화를 꾀했다.

경전철 측은 재구조화 방안으로 사업 포기 때 받게 돼 있는 환급금 2천500억원의 90%를 20년간 분할해 매년 145억원 가량을 달라고 시에 요구했다.



그러나 시는 수도권 환승할인과 경로 무임승차 시행에 따른 연간 손실금까지 더해 한해 예산의 2.5%에 해당하는 200억원가량을 매년 경전철 측에 줘야 하는 부담 때문에 제안을 거절하고 대신 50억원+α를 제시했다.

양측은 지난해 9월 이후 총 6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결렬됐고 경전철 측은 지난 11일 이사회 결정에 따라 서울중앙지법에 파산을 신청했다.

사업 재구조화 방안의 최대 쟁점은 금융비용이었다.

경전철 측이 요구한 연간 145억원에는 금융권에 상환할 차입금과 이자 등이 포함됐다는 것이 시의 주장이다. 시는 공익 차원에서 경전철 운영비 50억원+α을 지원할 수 있지만 금융비용까지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경전철 측은 대주단의 사업 포기 압박을 무마하려면 일정액의 차입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데 적자 상태에서는 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향후 추가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경전철을 계속 운영할 방침인 만큼 사업 재구조화를 통해 시 역시 고통을 분담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남은 계약기간인 25.5년동안 예상되는 손실이 4천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승객을 늘리기 위한 자구책을 놓고도 양측은 공방을 벌였다.

시는 경전철 측이 불필요하게 직원을 늘려 방만하게 운영하면서도 승객을 늘리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는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전철 측은 의정부 교통환경이 달라져 승객 수요가 예측에 미치지 않은 만큼 시가 버스 노선 개편 등 승객 늘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지만 정류장 하나 옮기는 수준에 불과했다고 맞섰다.



이번 파산 신청에 대해서도 시는 경전철 측이 사익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공공적 성격의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판단했고, 경전철 측은 재구조화를 거부해 1천500억원 이상의 재정을 지출해야 하는 시의 결정이 오히려 공익에 부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전철 측은 그러면서 이날 회견에서 '법원이 파산을 안 받아줘도 돈이 없어 경전철 운영을 못한다'는 다분히 경고성으로 보이는 발언도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시는 지난 13일부터 부시장을 단장으로 5개팀 28명으로 구성된 위기대응 TF를 운영, 경전철 안정화와 소송 등에 대비하고 있다.

의정부경전철 파산 여부는 늦어도 오는 3월, 경전철 사업 시행자와 의정부시 간 협약 해지는 6월 각각 결정된다.

ky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