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 아시아 신흥국 떠났지만 한국만 유입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긍정적 전망 덕분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지만, 한국은 예외적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18일 보도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만과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에서 모두 85억6천만 달러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한국에서는 23억1천만 달러(약 2조7천억원) 상당의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아시아 신흥시장의 전반적 흐름에서 벗어난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버텨주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두 기업의 실적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선전에 힘입어 MSCI 한국 지수는 달러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8일 이후 1.8% 상승했다. 같은 기간에 MSCI 신흥시장 지수가 0.4% 하락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MSCI 한국 지수의 자기자본 이익률(ROE) 전망치도 10개월 연속 상승세로 향하고 있다. ROE는 기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우려케 하는 요인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UOB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존 도일은 특검 수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조기 선거 가능성과 더불어 한국의 정치적 리스크를 높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86억 달러였던 한국 CDS(신용디폴트스와프) 거래량이 사상 최대인 120억 달러까지 치솟은 것도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헤지 수요가 몰린 데서 비롯됐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정책을 취할 가능성도 한국의 리스크를 키울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다.
JP모건체이스가 지난 16일 한국 기술주를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강등한 배경도 관세 인상 가능성이었다. JP모건의 에이드리언 모와트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미국의 무역정책에 너무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MSCI 한국지수의 ROE를 상승세로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크레디트 스위스 그룹의 아시아 전략가인 삭티 시바는 지난 6일 인터뷰에서 "삼성전자는 좋은 실적을 냈고 SK하이닉스도 그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MSCI 한국지수에서 4분의 1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코스피지수의 비중은 5분의 1 정도다. 이 회사는의 주가는 지난해 4분기에 3년만에 최대의 영업이익을 냈다는 발표에 힘입어 지난 9일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오는 26일 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지난 11일 2014년 7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2조4천300억원으로 7분기만에 최대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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