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혔던 대북인도지원 물꼬 트나…정부 올해 첫 승인
남북교류엔 엄격…6·15행사에 "北위협 지속, 부적절"
국내 대북지원단체·6·15남측위 "정부 태도 달라져야"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김효정 기자 = 정부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승인함에 따라 지난해부터 꽁꽁 묶인 대북 인도적 지원과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유진벨재단의 다제내성 결핵의약품 신청에 대해 승인했다"며 "다제내성 결핵 치료가 시급하다는 점,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는 필요성, 그리고 결핵 환자들 이외에는 전용 가능성이 없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지난 4일 '2017년도 업무계획'을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에게 보고하면서도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영유아, 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필요성과 시급성, 투명성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과 민간단체 지원 허용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가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작년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사실상 막혔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올해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해 통일부가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승인한 사례는 미국인 스티븐 린튼 회장이 운영하는 유진벨재단이 신청한 결핵약 지원이 유일하다. 유진벨재단은 외국 재단이지만, 결핵약을 국내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반출 승인을 받고 있다.
이에 반해 통일부는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지원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대북 간접접촉도 허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정부는 작년 9월 북한 함경북도 지역에서 대규모 수해가 발생했을 때 국내 민간단체가 수해 지원을 위해 신청한 제3국 대북 접촉조차 불허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9월 9일)을 이유로 긴급구호 성격의 민간단체 대북지원도 차단할 정도로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국내 대북지원 단체들은 통일부가 유진벨재단의 대북 결핵약 지원에 대해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승인한 것을 놓고 국내 단체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 대변인은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정부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 영유아나 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게 기본입장이었다"며 "다만, 그 구체적 사례와 지원규모, 시기 등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취약계층에 대한 대북 인도적 지원 신청이 들어오면 필요성과 시급성, 투명성 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국내 대북지원 단체들은 제재와 압박 위주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수 있다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해왔다.
한 대북지원 단체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주도하는 미국 정부도 민간 차원의 인도적 지원을 막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른 대북지원 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 단체들에는 물자지원은커녕 지원 협의를 위한 접촉도 원천적으로 불허하고 있어서 더는 정부와 협의할 필요도 느끼지 않고 있다"며 "민관협력 정신을 깨뜨린 것은 통일부"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광명성호) 시험발사 이후 끊긴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협력에 대해서는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해 여전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6·15민족공동위원회 남·북·해외 위원장 회의'를 개최하자는 6·15 북측위의 제안에 대해 지난 16일 서신을 보내 다음 달 6~7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위원장 회의를 열자고 화답했다.
이번 회의에서 6·15 남·북·해외 위원장은 ▲ 남북 노동자 통일 축구대회 개최 ▲ 대북 쌀 지원 ▲ 일본강점기 노동자 강제 징용 문제 공동 조사 등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6·15 남측위는 조만간 이 회의 참석을 위한 제3국 대북 접촉을 신청할 예정이나 통일부는 불허할 방침이다.
통일부는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 및 도발 위협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이런 형태의 남북 교류·협력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6·15 남측위는 정부가 승인하지 않더라도 작년 5월 중국 선양에서 열린, 같은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회의 참석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6·15 남측위 관계자는 "대북제재 기조를 바꾸라는 것도 아니고 부분적인 민간교류는 허용하라는 것"이라고 민간 남북교류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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