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말리는 협상끝에 선장 석방…납치단체 아부사야프 '살해위협'

입력 2017-01-14 16:07
피말리는 협상끝에 선장 석방…납치단체 아부사야프 '살해위협'

거액 몸값 요구, 수십차례 줄다리기 협상…정부 물밑지원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말레이시아 인근 해상에서 이슬람 무장단체인 아부사야프 소속 무장괴한들에 납치됐던 한국인 선장 박 모 씨가 약 3개월만인 14일 무사히 풀려난 것은 여느 피랍사건과 마찬가지로 피 말리는 협상의 결과였다.

박 씨가 몰던 화물선 동방자이언트호는 지난해 10월 20일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 인근 해상을 항행하던 중 인근에서 납치·해적 행위를 일삼아온 아부사야프 소속 10여 명의 무장괴한의 기습 공격을 받았다.

스피드보트를 타고 순식간에 나타난 괴한들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와 화물선을 장악한 뒤 선장인 박 씨와 필리핀 선원 1명을 납치한 뒤 스피드보트를 타고 도주했다.

나머지 선원 18명(한국 국적 3명, 필리핀 국적 15명)은 무장괴한들이 접근하자 배 안의 긴급방호시설(시타델)로 몸을 피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아부사야프는 박 씨 등을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인근 '홀로' 섬으로 끌고 갔다.

이들은 홀로 섬에서 은신처를 확보한 뒤 박 씨를 시켜 국내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거액을 요구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를 말리는 줄다리기의 시작이었다.

협상에는 화물선 선주 회사 측이 나섰다.

아부사야프는 여러 차례에 걸쳐 시한을 정해 돈을 넣으라고 요구하는 한편, 때로는 박 씨의 생명을 위협하는 언사를 서슴지 않으며 고도의 심리전을 펼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가 86일 만에 석방되기까지 전화 등을 통해 수십 차례의 협상이 이뤄졌으며, 막바지에는 선사 측은 인근 민다나오 섬 지역유지들의 도움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부사야프 측이 석방조건을 낮추면서 협상은 약 2주 전인 지난 5일을 전후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교장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간에 전화 통화가 이뤄졌고, 야사이 장관은 통화에서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을 해주기도 했다.

우리 정부도 선사 측의 협상을 기민하게 지원했다.

사건 발생 직후부터 외교부 본부에 외교부 제2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대책본부를 설치하는 한편, 김재신 주필리핀 대사를 반장으로 하는 현지 대책반도 꾸렸다.

피랍사건 초기 박 씨의 소재 파악 등을 위해 필리핀 해경과 해군 당국은 물론, 국제해사국 해적신고센터와 아시아지역 해적퇴치협정 해적정보공유센터 등 국제기구에도 협조 요청을 했다.

김재신 주필리핀 대사는 두레사 대통령실 평화보좌관 등 필리핀 정부 고위인사들과 긴밀히 접촉해 협조를 구했고, 필리핀 당국도 대통령실까지 나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외교부는 "필리핀 정부는 우리 선장의 안전한 신병 인수를 위해 현장에서 제반 협조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야사이 필리핀 외교장관이 윤 장관과 통화를 통해 상황을 전파해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교부는 "이번 피랍사건이 무사히 해결된 데는 정부와 선사가 긴밀히 협력해 선사를 통해 끈질긴 석방교섭을 진행해 온 것이 주효했다"면서 "특히 국내 가족들이 인내심을 갖고 석방교섭을 지지해 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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