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사실상 출마선언한 반기문에 "철저한 검증" 예고(종합)

입력 2017-01-12 19:54
수정 2017-01-12 20:17
野, 사실상 출마선언한 반기문에 "철저한 검증" 예고(종합)

민주 "의혹에 신경질적 반응, 자상한 면 없어" 대대적 공세 예고

국민의당도 "검증 우선" 속내 복잡…野 일부 "키워줄 필요없어" 무대응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서혜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12일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해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대통합을 강조하자 "사실상 출마선언을 한 것"이라며 "이제부터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민주당은 반 전 총장이 당내 유력 주자들의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아래, '검증의 칼'을 이용해 '반풍(潘風·반기문 바람)' 조기 차단에 나섰다.

다만 국민의당은 "검증이 우선"이라고 견제구를 날리면서도 당내 일부 호남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반 전 총장과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만큼 다소 속내가 복잡한 모습이었다.

두 야당 중 더욱 선명하게 공세에 나선 것은 민주당이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반 전 총장 회견 직후 국회 브리핑에서 "귀국선언을 넘어 대선 출마선언을 방불케 했으며, 강한 권력의지마저 느껴졌다"며 "그렇다면 전직 유엔 사무총장의 명성과 경험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당당하게 국민 검증대에 오르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윤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반 전 총장이 각종 의혹에 대해 자세한 설명 없이 문제가 없다며 신경질적으로 일갈해버리지 않았나"라며 "10년만에 귀국해서 보이는 태도로서는 자상한 면은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외신에서 반 전 총장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 또 민생에 대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한일외교를 어떻게 끌고 갈지 등을 국민은 듣고 싶어한다"며 "외교 문제로만 해결할 수 없는 국내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더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의 귀국을 계기로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등 정략적 접근도 있다고 들었다"며 "이에 대해서는 본인이 아직 언급한 것이 없으니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은 트위터에 글을 남겨 "동생과 조카의 사기죄에 대해 모른다고 한다. 가족의 일도 모른다면 장차 측근의 일은 말해 뭐하겠나"라고 남겼다.

국민의당 역시 고연호 수석대변인이 "철저한 검증으로 국민을 납득시켜야만 반 전 총장의 정치 여정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검증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 반 전 총장의 귀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반 전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던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10년간 세계평화와 국제협력에 헌신하고 대한민국 빛낸 반 전 총장에게 국민의당을 대표해 감사드린다"면서 "정치인 반기문이 아닌 유엔 사무총장이었던 반기문의 귀국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력 당권주자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반 전 총장이 대선 후보로 활동하려면 정치적 이념 및 방향에 대해 분명히 이야기하는 게 좋다"면서 최근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혹독한 검증을 받는 게 필요하다. 해명해도 국민이

납득하지 않으면 검찰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야권 일각에서는 당분간 공세에 집중하는 대신 추이를 지켜보자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 없이 섣불리 비난 공세만 쏟아부을 경우 오히려 주목도만 높여주면서 반 전 총장을 키워주는 역효과만 낼 수 있는 만큼, 오히려 '무시 전략'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당내에 별도의 검증 태스크포스(TF)를 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반 전 총장이) 후보가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TF를 만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재정 원내대변인 역시 기자들과 만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 있다면 지적을 하겠지만, 이는 반 전 총장뿐 아니라 연예인이든 누구든 마찬가지"라며 "반 전 총장은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것뿐이다. 굳이 그를 겨냥해 공격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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