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유망주> ⑩ '스키 간판' 정동현, 평창에서는 울지 않을래요
올림픽서 연달아 좌절…2006년에는 규정 위반으로 선수 정지까지
최근 기량 급성장…월드컵 14위로 평창 메달 '청신호'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정동현(29·하이원)은 자타공인 한국 스키의 간판선수다.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정동현은 국내 대회에서는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국 스키지만, 정동현만큼은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정동현은 다음 달 열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그리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알파인 스키 대표팀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카드다.
전교생이 스키선수로 활약해 주목받았던 강원도 고성의 '흘리분교' 출신인 정동현은 고성 집 근처의 스키장을 놀이터 삼아 3살 때부터 스키를 탔다.
정동현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했고, 4학년 때 출전한 동계체전서 금메달 3개를 따고 '스키 신동'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는 국제대회에 본격적으로 출전하기 시작해 한국 스키의 자존심으로 성장했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정동현은 2011년 동계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스키 간판'으로 공인받는 데 성공했다.
정동현은 슈퍼복합 우승으로 1999년 강원 대회 허승욱 이후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남자 알파인 스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처럼 아시아 무대에서는 적수가 없는 정동현이지만, 세계 무대의 벽은 높았다.
특히 정동현은 올림픽에서 잦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은 출전 자격을 얻고도 국가대표 소집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다.
2년 동안 종합대회조차 출전하지 못하며 힘든 시간을 보낸 정동현은 2009년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고,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며 꿈을 이뤘다.
하지만 대회 직전 허벅지가 찢어졌고, 무리해서 출전하고도 코스 완주에 실패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역시 출전한 정동현은 이번엔 완주에 성공했지만, 79명 가운데 41위에 그치며 세계 수준과 차이만을 확인했다.
이후 정동현은 꾸준히 기량을 키웠고, 이제는 세계적인 선수와 기록에서는 뒤처지지 않을 정도까지 성장했다.
2014-2015시즌에 한국 알파인 스키 선수로는 최초로 월드컵 무대에서 결승에 진출했고, 무릎 수술과 재활을 무사히 마치고 복귀한 2016-2017시즌에는 한층 무르익은 기량을 뽐낸다.
정동현은 한국 선수에게는 높은 벽과도 같았던 월드컵 무대에서 결승 진출에 만족하지 않고, 지난 6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월드컵에서 14위를 차지해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특히 이 대회에는 세계랭킹 1위 헨리크 크리스토페르센(노르웨이), 소치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세계랭킹 2위 마르셀 히르셔(오스트리아) 등 세계 정상급 선수가 대거 출전해 정동현의 호성적이 더욱 빛난다.
이어 9일 스위스 아델보덴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는 26위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유지했다.
정동현의 1차 목표는 6년 만에 열리는 동계아시안게임 2연패이며, 최종 목표는 안방에서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이다.
한국 스키는 아직 국제무대에서는 변방이지만, 정동현은 고향에서 열리는 대회를 통해 세계 중심으로 진입하겠다는 각오다.
정동현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세계적인 선수와 훈련하며 차이가 크게 줄어든 걸 느낀다. 좀 더 체계적으로 훈련한다면, 지금보다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내년 2월을 기대했다.
변종우 알파인 대표팀 감독 역시 정동현에게 신뢰를 보낸다.
그는 "연습 때는 세계적인 선수와 기록 차이는 없다. 이제부터가 진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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