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값이 미쳤어요"…만져보기만 하고 돌아서는 마트 고객들

입력 2017-01-08 06:01
수정 2017-01-08 18:10
"무 값이 미쳤어요"…만져보기만 하고 돌아서는 마트 고객들

10만 원으로 직접 장 보니…예년보다 장바구니 '텅텅'

소비자들, 마트서 약 3배 오른 무 '들었다 놨다'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무 가격 좀 보세요. 무 가격이 미쳤어요."

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무 판매 코너 앞에서 만난 한 여성 고객은 이렇게 말했다.

이날 해당 마트의 무 가격은 1개에 2천980원으로 평년 가격인 1천116원의 무려 2.7배(167%) 수준이다.

이후 10만원으로 기자가 직접 장을 보는 내내, 무 뿐 아니라 다른 농축산물 물가가 많이 뛴 사실을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한 평년(직전 5년)의 전국 대형마트 소매가격 기준으로 10만원이면 무 3개, 배추 2개, 당근 1kg, 사과 5개, 배 5개, 계란 30개, 한우 등심(1등급) 600g, 갈치 1마리, 오징어 2마리를 살 수 있다.

하지만 이날 10만 원을 갖고 같은 품목을 최대한 구입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장바구니에 담긴 것은 무 1개, 배추 2개, 당근 300g, 사과 5개, 배 5개, 계란 15개, 한우 등심(1등급) 491g, 갈치 0.83마리, 오징어 1.6마리 뿐이었다.

최근의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 탓에 과거 5년 평균과 비교해 무 2개, 당근 700g, 계란 15개, 갈치 0.2마리, 오징어 0.4마리, 한우 110g가 줄어든 것이다.

배추, 사과, 배 정도만 같은 값에 평년과 비슷한 양을 살 수 있었다.



당황한 것은 기자 뿐 아니라 다른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무 코너에서는 고객들이 끊임없이 무를 들었다 놨다 하며 구매를 망설였다.

조금 시든 무는 랩에 싸서 20% 할인해 팔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비싸다고 만지작거리다 놓고 가는 고객도 있었다.

임 모(29·여·서울 강서구) 씨는 "무 가격 보고 놀랐다"며 "반찬으로 무조림을 해먹으려고 했는데 다른 반찬으로 바꿔야겠다"고 말했다.

마트를 찾은 60대 엄마와 30대 딸 모녀도 "무 사려고 왔는데 1개에 1천 원이었던 게 지금 3천 원 하고 있다"며 "채소가 정말 너무 비싸다"며 발길을 돌렸다.

당근(1kg·無세척)의 경우 마트 평년 가격이 1㎏에 2천911원 수준이었는데, 이날 가격표에는 무려 9천400원이 찍혀있었다.

채소 판매대 담당 마트 직원은 "작년 가을부터 당근 값이 크게 올랐다"며 "며칠 전에는 한 개에 2천 원을 넘었는데 그나마 지금 좀 내려서 1천800원대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값이 크게 뛴 계란 판매대에는 '품귀' 현상을 반영하듯 진열된 물건 자체가 별로 없었다.마트 직원은 "30개짜리 한 판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됐다"고 전했다.

특란·10개들이 한 판을 집어 들고 가격표를 확인하니 3천480원이었다. 이는 평년의 약 두 배 값이다.

한우 등심(1등급) 100g당 가격은 7천900원으로, 이 역시 마트 평년 가격(6천480원)보다 21.9%가 비쌌지만 무, 당근, 계란 등과 비교하면 오히려 '별로 안 올랐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갈치(생물) 한 마리(9천980원)도 평년 가격(8천300원)보다 20.2% 뛰었다. 대부분의 고객은 할인행사로 6천원대에 팔리는 냉동(해동) 갈치를 가져갔다.

오징어(생물·두 마리)도 평년가격(5천854원)보다 19% 정도 비싼 6천960원에 판매됐다.

50대 후반 여성 고객은 "채소가 특히 많이 비싸졌지만 다른 물가도 많이 오른 것 같다"며 "그렇다고 해서 아예 안 먹을 순 없고 대신 전보다 마트에 오는 횟수를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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