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내용 싫어서" 쪽방 복도서 불붙였다 '철창행'

입력 2026-11-09 06:27


쪽방 건물 복도에서 불을 낸 주민이 법정에서 방화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형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5-1부(원익선 이희준 성언주 고법판사)는 현주건조물방화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1심과 동일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작년 3월 18일 주거지인 원룸 건물 복도 바닥에 성경책을 놓은 후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는 성경책을 읽다가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을 붙였다고 밝혔다.

이 불로 복도에 있던 플라스틱 의자와 복도 벽면, 바닥 일부가 탔다. 목격자 신고로 출동한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해 건물 전체에 불이 나지는 않았다.

A씨가 건물 자체에 불을 지르려 했다고 본 공소청은 현주건조물방화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A씨는 별도의 폭행 혐의로도 기소됐다.

그는 법정에서 "성경책을 태우려고 했을 뿐 건물에 불을 지를 의도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씨는 불이 건물에 옮겨붙을 가능성을 인식했음에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미필적으로나마 방화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A씨가 거주한 건물은 각층에 작은 원룸이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어 불이 나면 번질 위험이 매우 높았다는 것이다. 불이 난 주변에는 쉽게 탈 수 있는 나무 재질의 문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는 불이 바닥이나 벽면을 타고 다른 층으로 번지거나 문을 태워 바깥으로 확대되는 등 건조물 전체에 번질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봤다.

1심은 A씨의 폭행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2심 들어 혐의를 전부 인정하며 감형을 시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2심에서 강조해 주장하는 사정들은 이미 1심이 형을 정할 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1심의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