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분야 전문가들이 현행 근로기준법에 100점 만점 중 평균 49.9점을 매겼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 10명 중 8명은 법이 노동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평가했으며, 상당수는 변화한 노동 환경을 반영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8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단체는 전태일 열사 56주기를 앞두고 지난 10월 한 달간 소속 노무사 64명, 변호사 30명, 활동가 8명 등 총 102명을 대상으로 현행 근로기준법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전태일 열사가 2026년의 근로기준법을 평가한다면 몇 점이겠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평균 49.9점을 줬다.
전체 응답자의 80.4%(82명)는 근로기준법이 실제 노동 현장에서 제대로 준수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고용 형태의 다양화와 디지털 기술 발전 등 달라진 노동 환경을 현행법이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응답도 90.2%(92명)에 달했다.
그 원인으로는 '사업장 규모·근로시간 등에 따른 법 적용의 제한'이 69.6%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쪼개기 계약 등 법 적용을 피하려는 사업주의 행위'(52%), '법 위반에 대한 처벌과 경제적 제재의 실효성 부족'(35.3%) 순이었다.
특히 응답자의 96.1%(98명)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종사자 등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근로기준법 개정 과정에서 이 같은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응답도 79.4%(81명)로 집계됐다.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평가 역시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했다.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 전반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69.6%(71명)로,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 30.4%(31명)의 두 배를 웃돌았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초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분야에서 성과가 미흡하다고 평가한 비율은 98%(100명)에 달했다.
직장갑질119는 정부가 추진 중인 초광역특구법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근로시간 규제 완화와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 연장, 파견 허용 업무 확대 등의 노동 특례가 도입될 경우 노동자 보호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친 지 5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많은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며 "온갖 노동 특례를 담은 초광역특구법을 철회하고 근로기준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