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방석 앉는 줄 알았는데…월가 고수들도 결국 '쓴맛'

입력 2026-11-07 07:56
AI주 급락에 수익률 곤두박질
헤지펀드들 10여년만에 최대 포지션 축소


미국 뉴욕증시에서 인공지능(AI) 관련주가 급락하면서 월가 대형 헤지펀드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때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렸던 펀드들마저 손실로 돌아서자 투자 포지션을 대거 축소하고 인력 감축에 나서는 등 후폭풍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고객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주식 종목선택형 헤지펀드들의 적극적인 포지션 축소가 10여 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들 펀드는 지난 6월 이후 주식시장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를 약 9%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말 기준 주식 종목선택형 헤지펀드 가운데 40% 이상은 연초 대비 수익률이 보합이거나 손실을 기록했다.

AI 관련주 상승에 투자했던 헤지펀드들이 주가 급락으로 타격을 입은 데다, AI 확산으로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공매도에서도 손실이 발생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달 들어서는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미국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 쓰나미' 이후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면서 뉴욕증시가 급락했다.

전날 나스닥 종합지수 구성 종목들의 시가총액은 약 2조5천억달러 증발했다. 하루 기준으로 역대 최대 감소 규모다.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미디어·통신(TMT) 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은 전날 하루에만 4% 넘는 손실을 입었다.

이들 펀드는 올여름 AI 관련주 매도세가 본격화하기 전까지 연초 대비 최대 24%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최근 주가 급락으로 올해 벌어들인 수익을 사실상 모두 반납했다.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대형 헤지펀드들은 투자 전략을 수정하고 조직을 축소하고 있다.

약 70억달러(약 9조5천억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샘린 캐피털은 산업재와 기술주, 소매업 등 금융업을 제외한 업종의 주식 투자 포지션을 대부분 정리하기로 했다.

앞으로 금융주 투자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하면서 다른 업종을 담당하던 고위 투자 분석 인력도 감축하고 있다.

샘린 캐피털의 대표 펀드는 지난 10월 말까지 연초 대비 약 5%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40억달러를 운용하는 엔지니어스 게이트도 투자 조직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이 회사는 지난 10월 기술주 급락으로 손실이 커지자 계량적 분석과 인간 운용역의 판단을 결합한 '퀀터멘털' 투자 조직을 대폭 축소했다.

엔지니어스 게이트는 지난 10월 1~23일 5.5%의 손실을 냈으며, 해당 조직의 투자 성과가 내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대형 헤지펀드 론파인 캐피털의 실적 악화도 두드러진다. 약 190억달러를 운용하는 론파인 캐피털은 상반기 40% 넘는 수익률을 올렸으나, 10월 한 달 동안에만 8.8%의 손실을 내면서 올해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 7.5%로 돌아섰다.

시장에서는 헤지펀드들의 잇따른 투자 축소가 증시의 추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러 펀드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보유 종목을 동시에 매도할 경우 주가가 더 떨어지고, 이는 다시 추가적인 포지션 축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헤지펀드는 거래 은행의 추가 증거금 요구(마진콜)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대거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헤지펀드들이 최근 몇 주간 차입을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를 미리 줄이지 않았다면 전날 증시 급락에 따른 손실이 더욱 컸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억만장자 투자자 댄 러브 서드포인트 창업자는 엑스(X)에 "헤지펀드 매니저들을 안아주라"며 업계의 어려운 처지를 자조하는 농담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