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뉴진스의 전속계약이 지나치게 제약적이었다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와 관련해 하이브와 어도어가 6일 공식 반박했다.
하이브와 어도어는 이날 "뉴진스 전속계약서에는 기본적 인권 보호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입장을 냈다. 하이브는 당시 계약 주체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지목했다. 민 전 대표 측은 같은 날 "초안은 하이브 법무팀에서 작성했다"고 맞서면서 계약서 책임을 둘러싼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논란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5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시작됐다. NYT는 뉴진스 멤버들이 10대 연습생 시절 서명한 비공개 계약서를 입수했다면서, 계약 내용이 한국 정부가 마련한 표준계약서와 거리가 멀다고 문제 삼았다.
NYT에 따르면 미성년자인 대중문화예술인의 학습권과 수면권, 휴식권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과 청소년 공연자가 과도한 시간 동안 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빠졌다.
NYT는 그룹 관계자를 인용해 멤버들이 새벽 2시까지 연습하는 날이 잦았고 트레이닝 공간이 비디오카메라로 녹화됐다고 전했다. 멤버 5명 중 4명은 학교를 그만뒀다.
계약 종료 뒤의 권리 문제도 지적 대상이 됐다. 표준계약서는 계약이 끝나면 아티스트의 이름·이미지·목소리에 대한 레이블의 권리가 소멸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뉴진스 계약서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다고 NYT는 짚었다. 이 경우 소속사가 초상권과 음성권을 계속 쓸 수 있고, 이를 학습시킨 인공지능(AI)으로 음성 복제본이나 챗봇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멤버들의 행동을 규율하는 조항도 다수 담긴 것으로 보도됐다. 법으로 금지된 행위 외에도 불성실한 태도, 자기관리 소홀, 부적절한 연애, 차별 발언, 회사와의 분열 조장이 금지 사항으로 명시됐다. 회사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NYT는 이 밖에 회사의 의사로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거액의 위약금을 물도록 한 조항, 미용 시술 권유 정황 등을 쟁점으로 꼽았다. 복수 관계자들은 데뷔 전 멤버들이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었고 어도어가 일부 멤버에게 미용 시술을 제안했다고 NYT에 증언했다. 연습생 기간 성형수술과 기타 미용 시술에 들어간 비용 상당 부분을 멤버들이 갚아야 한다는 조항도 계약서에 있었다고 한다.
협상 과정을 문제 삼는 증언도 나왔다. 한 멤버의 부모는 서명 전에 일부 조항 수정을 요청했는데, 어도어 부사장이 "초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계약 자체를 재검토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답해 사실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NYT에 밝혔다. 계약서를 검토한 노종언 변호사는 "최근 메이저 레이블 계약에서 보기 드문 수준으로 아티스트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의견을 냈다.
하이브와 어도어는 입장문에서 계약이 일방적으로 체결됐다는 시각을 반박했다. 두 회사는 "계약은 2022년 1월 7일에 계약서 초안이 공유된 이후 4월 들어 계약이 체결됐다"며 "석 달에 걸쳐 질의응답 세션, 이메일 소통, 아티스트 측 변호사 검토를 거친 수정 논의 등 긴 대화가 이뤄졌다. 당시 계약이 양측의 충분한 논의 끝에 체결됐다는 점은 법원 결정을 통해서도 인정됐다"고 했다.
보도에서 제기된 쟁점들에 대해서도 하나씩 반론을 폈다. 회사 측은 "당사는 청소년 보호를 위한 별도 부속합의서와 인권 보호 조항을 통해 수면권·교육권·휴식권 등을 보장하고 있으며, 비용 분담과 위약벌 산정 방식도 아티스트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CCTV는 연습실 등 공용공간의 안전을 위한 목적으로만 설치했고, AI 콘텐츠에 목소리와 얼굴을 활용할 경우 아티스트의 개별 동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이브는 계약 당사자 문제도 거론했다. 회사 측은 "계약 체결 과정에서 당시 어도어 대표이사였던 민희진과 민희진이 임명한 부대표, 멤버 및 부모, 일부 멤버의 법률대리인이 계약 문구를 조율하고 최종 서명했다"고 강조했다. 또 "당사는 NYT에 이 같은 사실을 설명하고 기사에 민희진이 계약 주체였다는 점을 명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 측은 같은 날 입장을 내고 "뉴진스 전속계약서의 초안은 하이브 법무팀에서 작성했다. 계약서의 수정 작업 역시 하이브 법무팀을 통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어도어는 하이브가 작성한 계약서를 바탕으로 아티스트 측과 소통하고, 부모들의 질문과 수정 요청을 하이브 법무팀에 전달하며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반박했다.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의 의사결정 구조도 비판했다.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 대표이사가 승인하지 않으면 자회사 대표이사가 승인할 수 없는 구조를 설계한 뒤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만들어 입장문을 배포한 것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