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 내릴 때 韓 16% 추락…"반도체 때문만은 아냐" [마켓딥다이브]

입력 2026-11-06 15:38
<앵커>

지난 10월 한달간 미국 S&P500 지수가 0.93% 하락하며 선방한 반면 코스피는 16.19%나 폭락했습니다. 반도체 쏠림 현상이나 외국인 매도 집중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양국 증시의 규제와 구조적 차이에도 일부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증권부 전효성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10월 글로벌 자금 이탈 현상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였습니까.

<기자>

수치로 보면 패닉 셀링에 가까웠습니다. 10월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로 재가속하고 서부텍사스산원유가 13.7% 급등하면서 12월 금리 인상 확률이 82.6%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러자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대대적인 위험 축소에 돌입했는데요. 골드만삭스 프라임브로커리지 집계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10월 8~14일까지 5거래일동안 글로벌 인공지능 주식을 약 200억달러어치나 순매도했습니다. 2025년 연초 이후 2년동안 사들인 인공지능 주식 물량을 1주일만에 전부 토해낸 겁니다.



모건스탠리가 11월초 집계한 데이터를 봐도 헤지펀드들은 2023년초 이후 최초로 인공지능 업종 포지션을 시장 평균치 이하인 비중축소로 공식 전환했습니다. 스마트머니가 AI 관련주 베팅을 구조적으로 거둬들였다는 뜻입니다.

<앵커>

그렇게 엄청난 물량이 쏟아졌는데 정작 미국 증시는 어떻게 1%도 안 빠지고 버틸 수 있었던 겁니까.

<기자>

정확히는 헤지펀드들이 포지션을 줄였지만, 그것이 오롯이 시장에 나 나오진 않았다는 점입니다. 미국 증권사들이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방어막인 '내부주문집행'과 '담보재사용'이라는 제도 덕분입니다. 쉽게 말해 증권사 안에서 자기들끼리 조용히 장부를 퉁치는 건데요.

예를 들어 A펀드가 인공지능 주식 1만주를 급하게 팔려고 할 때 미국 증권사는 이걸 공개 주식시장에 던지지 않습니다. 대신 사내에 이 주식을 사고 싶어 하는 B펀드를 찾아서 둘의 주문을 장부상으로 교환해 줍니다. 주식시장에는 매물이 1주도 나오지 않으니 주가가 안 떨어지는 거죠. 이것이 내부주문집행의 원리입니다.

두번째는 장부재사용인데 고객이 증권사에 맡겨둔 주식이나 자산을 증권사가 다른 고객에게 또 빌려주는 겁니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금을 은행에 안 두고 다른 곳에 투자해 굴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10월에 헤지펀드들이 돈이 말라서 골드만삭스나 바클레이즈 같은 대형은행들이 자금 압박을 심하게 받았는데요. 이런 식으로 사내 장부와 담보를 재활용해서 현물 시장의 충격 우려를 흡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앵커>

미국은 그렇게 사내 장부로 방어막을 쳤는데 우리는 왜 고스란히 폭탄을 맞은 건가요.

<기자>

한국은 자본시장법상 그런 사내 장부 처리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주식을 빌리고 갚는 모든 재원이 무조건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증권금융이라는 공공기관을 거쳐야만 합니다.

투명하긴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조용히 충격을 흡수할 밀실이 없는 셈입니다. 장부 퉁치기가 막힌 글로벌 펀드들은 합법적으로 자금을 빼기 위해 결국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진짜 주식을 내다 파는 현물 직매도를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앵커>

결국 완충 장치가 없는 한국 증시가 외국인들의 현금 인출기 역할을 떠안게 된 거군요. 이렇게 시장이 무차별적인 매도 폭탄을 맞고 흔들릴 때 연기금이라도 등판해서 구원투수 역할을 해주면 좋을 텐데 그마저도 여력이 없다고요.

<기자>

가장 뼈아픈 대목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과거에는 외국인이 대규모로 매물을 던지면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이 구원투수처럼 이를 받아내며 지수를 방어해 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이미 목표치를 훌쩍 넘긴 상태거든요. 오히려 비중이 미달된 채권을 더 사담아야 하는 처지입니다.

실제로 대신증권 분석을 보면, 지난달 초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24.8%로 추산됩니다. 올해 계획 비중인 20.8%를 4%포인트나 웃도는 수치입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계획보다 무려 67조8200억원이나 국내주식을 더 쥐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증시가 폭락하면서 이 비중이 다소 줄긴 했겠지만, 여기서 주식을 더 적극적으로 사들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원인을 짚어보면 지난 6월의 결정이 부메랑이 됐습니다. 당시 국민연금은 주식 기계적 매도(리밸런싱)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대폭 끌어올린 바 있습니다. 증시가 오르던 상반기에 매물을 쏟아내는 충격은 막아냈지만, 결과적으로 실탄을 그때 다 써버린 셈이 됐습니다. 정작 지금처럼 시장이 급락해 방어 카드가 절실할 때는 등판할 여력이 없어진 겁니다. 결국 외국인의 직매도 폭탄을 막아줄 최후의 보루마저 실종되면서 우리 시장의 낙폭을 훨씬 키웠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끝으로 우리 정부의 대응 상황도 짚어보죠. 증시가 급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매매 우려가 컸는데, 오늘 정부가 급한 불 끄기에 나섰군요.

<기자>

정부가 오는 9일부터 3개월간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 의무를 면제하기로 했습니다. 보통 빚을 내서 주식을 사면 증권사는 주식 가치의 140%를 담보비율로 유지해야 하고, 주가가 빠져서 이 비율 아래로 떨어지면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리는 반대매매에 나섭니다. 주가 하락이 기계적인 반대매매를 부르고 이것이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선제적으로 끊어내겠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지수가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만큼 공매도 한시적 금지나 증시안정펀드 활용을 통해 적극적으로 증시를 방어해줄까 기대를 했었는데, 이번 대책에서는 1차적으로 반대매매를 막는 방안만 담긴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