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먹음직스러워 샀는데"…반으로 잘라보니 '황당'

입력 2026-11-04 12:59


국내 대형 제과업체가 최근 출시한 케이크 제품이 포장 사진과 실제 내용물의 차이로 '과대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식품 포장 이미지가 늘어나는 가운데, 실제 제품과 다른 과장된 표현을 규제할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에서는 롯데웰푸드가 선보인 한정판 '카스타드' 제품을 두고 포장 이미지가 실제 내용물과 다르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해당 제품은 커스터드 치즈 크림과 라즈베리 시럽을 넣은 것이 특징인데, 포장지에 인쇄된 제품 단면 사진에는 라즈베리 시럽이 상당량 들어 있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은 실제 제품을 잘라보면 시럽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포장 이미지와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제조사측은 이에 대해 "정량을 주입하고 있지만 공정상 시럽이 먼저 주입되고 이후 크림을 넣다 보니 시럽 쏠림현상이 발생했다"며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 포장에 실린 사진과 실제 내용물의 차이로 논란이 불거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에는 유명 가수를 광고 모델로 내세운 편의점 자체 개발 브랜드(PB) 제품들이 실제 내용물에 비해 지나치게 푸짐한 사진을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순대볶음 제품에는 순대 7개와 떡 8개가 들어 있었으며, 편육·족발 세트에는 편육 6조각과 족발 4조각이 담겨 있었다. 반면 포장지에는 식당에서 판매하는 음식처럼 풍성한 모습이 강조됐다.

같은 해 한국소비자연맹은 제품명과 포장 그림이 소비자에게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사례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과 팔도의 불낙볶음컵을 지목했다.

불닭볶음면의 포장에는 닭고기 사진이 등장하나 실제 액상 수프에 들어간 닭고기 함량은 0.85%에 불과했고, 불낙볶음컵 포장에도 완제품에 낙지가 올라간 이미지가 포함돼있지만 낙지 성분 함량은 0.7%뿐이었다.

현행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식품표시광고법)에선 거짓·과장된 표시·광고와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시·광고 등을 부당 행위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식품표시광고법 시행령에선 구체적으로 식품의 명칭·원재료·성분·내용량·품질 등을 사실과 다르게 표현하는 것을 규제한다.

이를 위반하면 시정명령이나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으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식품 포장에 사용하는 이미지에 관한 별도 기준도 마련돼 있다.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따르면 포장 주표시면에 조리된 음식의 사진이나 그림을 사용할 경우 '조리예', '이미지 사진', '연출된 예' 등의 문구를 10포인트 이상의 글씨로 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실제 라면 제품에는 계란이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포장지에 계란을 얹은 완성된 라면 사진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조리된 상태를 연출한 이미지라는 사실을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한다.

문제는 실제로 들어 있는 원재료를 포장 사진에서 얼마나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아예 사실과 다른, 예컨대 없는 원재료를 포장 이미지에 담았을 때는 위법 여부가 비교적 명확하지만, 있는 원재료의 양을 좀 더 많은 것처럼 과장했을 때 어느 정도 선을 위법으로 봐야 할지 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이미지가 식품 포장에 활용되면서 새로운 논란도 예상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롯데웰푸드 제품 포장에도 '이미지 사진'이라는 문구와 함께 'AI' 표시가 한쪽에 들어가 있다.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인공지능기본법 지원데스크에 따르면 인공지능기본법에는 인공지능 사업자가 생성형 AI 결과물에 대해 AI로 생성됐다는 사실을 표시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일반 기업이 생성형 AI를 이용해 광고물을 제작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이 조항이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AI로 만든 광고 이미지가 법적 규제에서 완전히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에 거짓이나 과장된 표현이 포함돼 식품표시광고법 등을 위반한다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적 잣대가 모호한 상황에서 AI 등을 활용해 가장 먹음직스러운 한계치까지 이미지를 뽑아내는 '합법적 과장'은 더 심화할 전망이다.

실제 제품의 포장에 실린 사진과 그림 등은 소비자의 구매 의향에 영향을 미쳐 업체들이 좀 더 먹음직스러운 이미지를 선택하게 하는 동기가 된다.

이에 일각에선 업계의 과도한 이미지 연출을 제재하기 위해 일본처럼 세부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본에서는 비스킷, 초콜릿, 과즙음료 등 품목별 공정경쟁규약을 업계 자율로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엔 '조리가 완료된 상태를 보여주는 사진 등의 그림 표시를 할 때는 실제 내용물과 동일한 것을 사용해야 한다'(즉석면), '제품 크기·형상이 포장 그림·사진과 현저히 다르다고 오인하게 하는 표시를 금지한다'(비스킷) 등의 조항이 있다.

다만 이처럼 세세한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너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주면 오히려 그 가이드라인만 지키면 된다는 나쁜 신호가 될 수 있다"며 "기본 원칙을 주고 업계가 자율적으로 따르게 하되, 원칙이 잘 작동하는지 소비자 관점에서 제대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