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히면 오른다’…저PBR주 급등

입력 2026-11-03 21:00


저평가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자 주가가 올랐다. 한국거래소가 기업가치 개선을 압박하기 위해 공개한 저PBR 종목에 매수세가 몰리면서다.

3일 롯데쇼핑은 정규장 종가 기준 전 거래일보다 2.46% 오른 9만1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저PBR 명단 공표 첫 거래일인 전날 9.28% 상승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올랐다. 공표 직전인 지난달 30일 종가와 비교하면 상승률은 11.97%다.

이마트도 전날 7.09% 오른 데 이어 이날 1.62% 상승한 7만5200원에 마감했다. 이틀간 상승률은 8.83%다. 현대제철은 전날 11.61% 급등한 뒤 이날 1.21% 내린 2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공표 전보다는 10.25%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거래소가 공표한 저PBR 기업 151개사의 주가를 전수 비교한 결과, 공표 첫날인 2일에는 115개사(76.2%)가 상승했다. 이튿날인 3일에는 상승 종목이 45개사로 줄고 97개사가 하락했다. 다만 공표 직전인 지난달 30일 종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99개사(65.6%)가 높은 가격을 유지했다.

거래소가 지난 2일 처음 공개한 저PBR 기업은 코스피 96개사와 코스닥 55개사 등 총 151개사다. 이 제도는 장기간 업종 내에서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록한 기업의 이름을 공개하고 기업가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명단은 증권사 거래화면에도 표시된다.

시장은 명단 공개를 향후 기업 행동이 달라질 수 있는 계기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개선계획이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주주환원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저PBR 공표 명단에 포함된 기업 중에서도 주주환원 확대 계획이 나왔다. 현대차증권은 지난달 제출한 PBR 개선계획에서 올해부터 총주주환원율 45% 이상을 목표로 제시하고, 올해 환원분에 대한 자사주 매입을 내년 1분기 안에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무림P&P와 무림페이퍼, 무림SP도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활용해 주주환원율 30% 이상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저PBR 공표제도가 밸류업 공시 참여를 확대하고 주주환원과 자본 효율화 작업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명단의 의미를 단순한 저평가 기업 목록 제공보다 경영진이 주가를 의식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데 뒀다.

부정적인 꼬리표가 붙은 종목에 매수세가 몰린 사례는 앞서도 있었다. 지난달 거래소가 시가총액 미달 관리종목의 후속 상장폐지 절차를 유예하자 예선테크와 바이오인프라, 형지I&C 등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저PBR주에는 기업 변화에 대한 기대가, 상폐 유예주에는 당장의 퇴출 위험이 줄었다는 안도감이 작용한 셈이다.

다만 상폐 유예 이후 급등했던 주가가 그대로 유지된 것은 아니다. 예선테크는 지난달 7일 893원에서 13일 1960원까지 종가가 뛰었지만, 이날 900원에 마감했다. 급등기 최고 종가보다 54.08% 하락해 유예 발표일 수준으로 돌아왔다.

바이오인프라도 같은 기간 695원에서 최고 종가 2575원까지 올랐다가 이날 1295원으로 내려왔다. 최고 종가 대비 하락률은 49.71%다. 형지I&C는 최고 종가 1140원보다 29.04% 낮은 809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렇다고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것은 아니다. 바이오인프라와 형지I&C는 유예 발표일보다 각각 86.33%, 88.14% 높은 가격을 유지했다. 정책 변화 이후 초기 급등은 비슷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종목별 주가 흐름이 달라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