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주주는 뒷전…삼성·SK는 210조 통 크게 쏜다

입력 2026-11-03 15:19


◆빅테크 5개사 주주환원 비율 9.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210조 원에 달하는 역대급 규모의 주주환원에 나선 반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주환원 비율은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메타플랫폼·오라클 등 빅테크 5개사는 올해 1~9월 창출한 현금흐름의 9.3%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에게 환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7.4%)보다 18.1%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창출된 빅테크의 현금흐름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올해 1~9월 영업현금흐름은 총 5,429억 달러(약 727조 3천억 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문제는 AI 인프라 투자에 들어가는 비용도 급증했다는 점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자본지출 규모는 5,569억 달러(약 745조 9천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로 급증했다.

결국 빅테크 5개사의 합산 잉여현금흐름(FCF)은 140억 달러(약 18조 7천억 원) 적자가 났다. 지난해 동기에는 1,435억 달러(약 192조 2천억 원) 흑자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로 알파벳과 메타는 지난해 1~9월 자사주 665억 달러어치를 매입했지만, 올해에는 1주도 매입하지 않았다. 아마존은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 데다 지난 2022년 이후에는 자사주 매입도 중단한 상태다.

◆삼성·SK는 환원, 빅테크는 투자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각각 90조~110조 원, 10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에 나설 계획이다. 두 회사의 합산 규모는 지난해 국내 상장사 전체 주주환원액(72조 3천억 원)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빅테크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규모가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과 부품 공급 기업의 수익 실현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빅테크처럼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증설이 시급한 상황이다.

다만, 빅테크는 데이터센터를 짓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먼저 투입해야 한다. 이후 AI 서비스와 클라우드 사업에서 매출과 이익을 늘려 투자비를 회수하는 구조다.

즉,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고 곧바로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AI 서비스 이용이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져야 투자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공장 증설과 장비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판매만으로 직접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초호황으로 메모리 가격과 수익성이 높아지면서 영업이익과 현금 창출력이 급증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순현금은 각각 197조 6천억 원, 98조 7천억 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 달리 대규모 증설 투자를 이어가면서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병행할 만큼 현금 여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