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원유 공급 차질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에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에너지주와 여행·운송주의 주가가 엇갈렸다. AI 인프라 업종에서는 대형 인수와 추가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이 이어졌다.
유가 하락에 에너지주와 여행주 희비
간밤 뉴욕증시에서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업종별 희비가 엇갈렸다. 중동 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되면서 원유 공급 차질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자, 공급 불안으로 올랐던 유가가 내려왔다.
유가가 하락하면 에너지기업이 원유를 판매해 벌어들이는 이익도 줄어들 수 있다. 이에 원유 생산업체와 유전 서비스 기업들이 함께 하락했다.
반면 항공과 크루즈 업종에는 유가 하락이 호재로 작용했다. 연료비가 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유가가 내려가면 수익성 부담도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이 올랐고 크루즈 업체 카니발도 강세를 보였다.
대형 인수와 자금 조달 부담에 AI 인프라주 약세
AI 인프라 관련주는 AI 투자를 둘러싼 불안이 이어지면서 약세를 보였다. 마벨의 루멘텀 인수도 부담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마켓워치는 이번 거래가 닷컴버블 당시의 대규모 인수 열풍을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오라클이 추가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한 점도 기술주 투자심리에 부담을 더했다. 여기에 키옥시아의 부진한 실적 전망과 중간선거 등 주요 일정을 앞둔 경계감까지 겹치면서 AI 인프라 관련주에 매도세가 나타났다.
루멘텀·마벨, 1천150억 달러 규모 합병 확정
광통신 장비업체 루멘텀 (LITE)은 AI 데이터센터용 광통신 수요 증가에 힘입어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과 주당순이익이 모두 예상치를 넘어섰고, 다음 분기 매출 전망도 시장 기대보다 높았다.
다만 시장의 관심은 실적보다 마벨 테크놀로지 (MRVL)와의 합병에 쏠렸다. 마벨은 루멘텀을 기업가치 약 1천150억 달러에 전액 주식교환 방식으로 인수하기로 했다. 루멘텀 주주는 보유 주식 한 주당 마벨 주식 4.5주를 받는다. 합병 후 지분은 기존 마벨 주주가 약 67%, 루멘텀 주주가 약 33%를 보유하게 된다.
마벨 CEO는 CNBC 인터뷰에서 반도체와 광통신 기술을 결합해 AI 데이터센터 연결 기술 분야의 선두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맞춤형 반도체인 ASIC 분야에서 앞선 브로드컴과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AI 인프라 투자가 과열된 상황에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지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광통신 수요와 가격이 이례적으로 강하다며, 업황이 정점일 수 있는 시기에 대규모 인수에 나서는 것이 매력적인 선택인지 의문을 나타냈다. 이런 우려 속에 루멘텀과 마벨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오라클, AI 인프라 투자 위해 200억 달러 조달
오라클 (ORCL)은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총 200억 달러를 조달한다. 회사는 주식과 선순위 채권을 각각 100억 달러씩 발행하겠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했다.
이번 조달은 지난주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예고한 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다. 오라클은 인프라 투자 지출이 이번 회계연도와 다음 회계연도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2030회계연도까지 추가 자금 조달 규모를 200억 달러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라클은 조달한 자금으로 AI 인프라를 확대해 2030회계연도까지 매출을 세 배 이상 키운다는 계획이다. 일단 100억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에는 목표액을 훨씬 넘는 투자 수요가 몰렸다는 소식도 나왔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보다 매출 규모가 작은 데다 아직 적자를 내는 오픈AI에 대한 사업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투자 수익성 우려를 키우면서 주가는 하락했다.
스페이스X, 에코스타 이동통신 사업 인수 협의
스페이스X가 에코스타 (ECHO)의 이동통신 서비스 ‘부스트 모바일’을 인수하거나, 부스트 모바일이 사용하는 통신망을 활용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회사는 최근 몇 달 동안 스페이스X가 자체 브랜드 이동통신 서비스를 출시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거래가 성사되면 스페이스X는 기존 가입자와 판매망을 활용해 이동통신 사업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
에코스타의 이동통신 가입자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738만 명으로, 대부분 부스트 모바일과 젠 모바일 고객이다. 다만 부스트 모바일이 AT&T와 T모바일의 통신망을 빌려 쓰고 있어 거래 과정에서 두 회사의 동의가 필요할 가능성도 있다.
템퍼스AI, 검사량 증가에 실적·전망 개선
의료 AI 기업 템퍼스AI (TEM)는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하며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주당순이익도 예상보다 좋았다.
암 관련 검사량이 32% 늘었고, 의료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이터·애플리케이션 사업 매출도 33% 증가했다. 회사는 사업 성장세를 바탕으로 올해 매출 전망도 높였다.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가 템퍼스AI 주식을 추가로 매수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목표주가 상향에도 하락
도이체방크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 (CRWD)의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높이고, 목표주가도 240달러에서 3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AI 도구와 에이전트 사용이 늘어날수록 기업이 공격받을 수 있는 영역도 넓어져 새로운 보안 솔루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이체방크는 시장이 이런 보안 지출 확대 가능성을 아직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으며,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본격적인 성장도 이제 시작될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지난주 기술주 매도세에 이어 사이버보안주 전반의 투자심리도 위축되면서, 긍정적인 평가에도 주가는 하락했다.
리비안, 신형 SUV 생산 확대 기대에 강세
UBS는 리비안 (RIVN)의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높였다. 최근 주가가 하락했지만 신형 SUV ‘R2’의 생산 확대를 앞둔 만큼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UBS는 R2의 초기 수요가 탄탄하며, 향후 생산량이 늘어나면 자동차 사업의 매출총이익률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은비 외신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