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건설 밀릴수도"…데이터센터 역풍 덮친 중간선거 [딥시그널]

입력 2026-11-02 22:00


우리 시간으로 3일 밤 일제히 시작되는 미국 중간선거가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의 최대 분수령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의 시선은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을 동시에 장악하는 ‘블루웨이브’ 여부에 쏠려 있지만, 월가와 기술업계는 데이터센터 인허가와 전력망 요금 결정권을 쥔 10개 핵심 주의 주지사 및 공익사업위원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빅테크의 잉여현금흐름 적자 전환과 신용등급 강등 예고 등 자금줄이 마르는 상황에서, 치솟은 전기요금에 분노한 지역 민심이 AI 기술 경쟁을 가로 막는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2028년 데이터센터 70%가 걸렸다”…초당적 규제 도미노

1일(현지시간) 반도체 전문 분석기관 세미애널리시스가 발표한 중간선거 특별 보고서에 따르면, 2028년까지 미국 전역에 건설하는 62.2기가와트(GW)의 데이터센터 용량 가운데 70%(43.5GW)가 집중되어 있는 13개 주에서 10개 주가 주지사를 새로 선출한다.

지난주 모건스탠리 역시 이번 선거에서 전력망 연결과 전기요금 체계를 직접 결정하는 주 공익사업위원(PUC)에 대한 10개 주의 주민 투표를 변수로 지목했다.

세미애널리시스의 딜런 파텔 수석애널리스트 팀은 “내년에 완공하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 물량 33.8GW는 4분의 3가량이 착공에 들어가 선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한 2028년 파이프라인은 주 정부 선거 결과에 따라 운명이 갈리게 된다”고 분석했다.

치솟은 인플레이션에 더해 민간 전력회사들의 전기요금 인상 움직임으로 인해 데이터센터에 대한 미국 내 견제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주요 격전지 후보 20명의 공약을 분석한 결과, 여야를 막론하고 9명은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의 전면 유예(모라토리엄)를, 나머지 11명은 조건부 승인을 내걸었다.

예를 들어 주지사 후보 15명은 데이터센터 개발사가 송전망 확충 비용을 100% 자체 부담하도록 요구했고, 12명은 그래픽처리장치(GPU)·서버·변압기 구매 시 기가와트당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판매세 면제 혜택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만약 건설 전면 유예를 내건 후보들이 10개 주에서 모두 당선될 경우, 2028년 미국 전체 신규 데이터센터 계획 용량의 절반 수준인 약 30GW 상당의 인허가 동결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지역은 2028년 미국 데이터센터 순증 물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텍사스주다. 텍사스는 지난 8월 전력망 운영사(ERCOT)의 연결 감사에 이어 9월 말부터 주 환경품질위원회(TCEQ)의 발전·환경 인허가를 전격 동결하는 등 적극적인 규제 움직임을 보인 지역이다.

텍사스주는 공화당 현직인 그렉 애벗 주지사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오는 12월 전력망 감사 보고서를 받아 본 뒤 인허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경쟁자인 민주당의 지나 히노호사 후보는 주민 보호 법안과 세제 혜택 폐지가 통과될 때까지 건설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선거 분석기관 디시전데스크HQ(DDHQ)의 2일 오후(한국시간) 기준 주지사 선거 예측 모델을 보면 전체 36개 주지사 선거 중 22곳에서 민주당이 우세했다. 네바다주가 초박빙을 기록 중이고, 데이터센터 핵심 거점 중 하나인 조지아·아이오와 등은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일본 GDP 육박한 ‘장부 외 부채’…자금난에 인허가 지연 겹치나

주정부의 강력한 권한 앞에서 공사 지연이 이뤄질 경우 한계에 다다른 AI 기업들의 자금 조달 문제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접어들게 된다. 관련 대형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함에 따라 데이터센터 완공이 밀릴수록 금융 이자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투자금 회수 시점은 멀어지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가 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와 엔비디아·브로드컴·오라클·스페이스X 등 기술기업 8곳의 3분기 보고서(10-Q)를 분석한 결과 대차대조표에 잡히지 않는 이른바 ‘장부 외 부채’가 4조 1,11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 2분기 보고서 분석 결과 대비 1조 달러 상당 증가한 것으로, 8개 기업의 재무제표에 공식 계상한 부채와 리스 총액의 4배가 넘는 규모다.

IMF 집계 기준 세계 5위 경제대국인 인도(3조9,200억 달러)와 6위 영국(3조6,400억 달러)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이미 추월했고, 세계 4위 일본의 연간 GDP인 4조1,900억 달러를 턱밑까지 따라붙은 금액이다.



기업별로는 알파벳이 단일 기업 최초로 1조 590억 달러로 조 단위 부채를 끌어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메타 플랫폼(8,66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5,940억달러), 엔비디아(5,300억 달러), 아마존(4,530억 달러)이 뒤를 이었다.

골드만삭스의 아만다 라이남 수석 크레딧 전략가는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장부 외 약정이 2023년 이후 8배 폭증했다”며 신용평가사들의 레버리지 산정 기준 변경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런 우려 속에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지난 30일 막대한 설비투자 대비 매출 회수 시점이 불투명하다며 메타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회사채 발행 전 기관들의 인수 거부에 직면한 메타는 결국 최대 975억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로 돌아섰다.

빅테크 기업 중 현금 흐름 흑자를 유지했던 마이크로소프트조차 95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고, 다음 달 역대 최대 규모 상장을 앞둔 앤트로픽 역시 투자적격 등급 대신 투기등급(BB+)을 받을 것이라는 블랙스톤의 경고가 나오는 등 크레딧 시장의 기류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 연방 의회는 ‘거부권 교착’…빅테크, 탈출구 찾을까

이번 중간선거에서 연방 상·하원을 민주당이 모두 거머뒤더라도 거시 정책의 큰 틀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게 월가 하우스의 중론이다. 이날 DDHQ 예측 모델에 따르면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탈환 확률은 83%, 상원 장악 확률은 62%에 이른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선공개된 뉴욕포스트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공화당이 의회를 잃을 경우 ‘미스터 비토(Mr. Veto)’가 되어 모든 법안을 막아서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거부권 대통령’으로 민주당의 오바마 케어 복원 또는 트럼프 세제감면안 철회를 막아선 뒤 한두 달 뒤 협상으로 매듭짓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발언에 앞서 이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모건스탠리는 대통령의 거부권과 행정명령 권한을 이유로 연방 의회의 장악과 무관하게 관세·무역,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그리고 GDP 대비 6%대에 달하는 재정적자 경로는 바뀌지 않는다고 전망해왔다. 또한 미·중 AI 패권 경쟁에 대해 우려하던 트럼프 행정부의 기류를 감안할 때 연방 차원의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 법안 역시 통과될 가능성은 낮게 전망된다.

그러나 주 정부 주도의 데이터센터 규제가 실제로 설비투자 둔화로 이어질 경우, 미국 거시 경제와 개별 빅테크 주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지난 달 미 경제매체와의 인터뷰에서 AI 투자 둔화로 인한 경기 둔화 가능성을 이미 경고했고, 모건스탠리 분석 결과 내년 미국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 중 0.6%포인트 차지하는 AI 설비투자가 미뤄지면 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상부부가 지난 30일 발표한 3분기 GDP 성장률이 연율 3.4%로 깜짝 성장했음에도 실질 성장 기대치를 반영하는 1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가 2.58%로 꺾였고, 프루덴셜 산하 PGIM은 내년도 미국의 침체 확률을 연초 10%에서 25%로 상향 조정한 상태다.



다만 이러한 경기 둔화의 충격은 기업별도 다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수요 부족이 아니라 규제 병목으로 인한 설비투자가 속도 조절이라면,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 물량이 줄어 사상 최고치로 벌어졌던 신용 스프레드가 축소되고 잉여현금흐름이 회복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세미애널리시스와 모건스탠리는 또한 신규 데이터센터 공급이 막힐 경우 이미 대규모 설비를 구축해 놓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등 기존 클라우드 상위 3개 기업이 연산력 희소성을 무기로 임대 가격 결정력과 시장 독점력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설비를 늘려야 하는 네오클라우드 업체들과 상장을 앞둔 AI 스타트업, 비싼 토큰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일반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이런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선거 직후 시장 대응을 두고도 월가 투자은행들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주식 강세론을 유지해온 HSBC는 블루웨이브에 따른 AI 규제와 중동 확전 리스크를 경계하며 주식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췄다.

반면 JP모건은 지난달 제시한 ‘전술적 강세’ 의견을 유지하고 있으며, 나스닥100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의 공매도 잔고가 2023년 이후 최고치로 쌓여 있어 선거 불확실성 해소 시 강력한 숏커버링이 유입될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