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20분 만에 8조4천억 털렸다 '발칵'…美 수사당국 공조 시작

입력 2026-10-31 08:41
수정 2026-10-31 09:11
바이낸스 개발·운영 엔지니어 노트북 해킹
블록체인 지갑 10곳서 가상화폐 탈취
美 FBI-USSS 수사 협력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사상 최대인 63억 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의 자산이 빠져나간 사건과 관련해 미국 수사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업계 분석에서는 북한 연계 조직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바이낸스는 해킹 사건 해결을 위해 FBI, USSS와 협력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BI는 공식 성명에서 "이번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며 “(해커들의) 활동 범위를 파악하고 잠재적 영향을 평가하는 한편 적절한 수사 조치를 조정하기 위해 공공·민간 파트너와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USSS도 "바이낸스에서 탈취된 자금을 파악·동결·추적·회수하기 위해 수사관들이 서클을 비롯한 민간 파트너와 24시간 협력하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바이낸스는 엔지니어의 노트북이 해킹된 데다 거래 승인 시스템에 허점이 있었던 탓에 가상자산 63억 달러어치가 무단 인출됐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업계 역사상 단일 해킹으로는 최대 규모다.

로이터 통신과 TRM랩스·체이널리시스 등에 따르면 공격자들은 먼저 바이낸스 개발·운영 엔지니어의 노트북을 장악해, 통상적인 승인 절차를 건너뛸 수 있는 서명 권한을 확보했다. 이후 자동화 시스템을 동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범행은 미 동부시간 29일 오후 4시 5분(한국시간 30일 오전 5시 5분)께 시작됐다. 4시 5분부터 9분 사이 바이낸스의 블록체인 지갑 10곳에서 리플(XRP) 2억3,346만 개가 해커 측 계정으로 옮겨졌고, 4시 10분께 '솔라나'와 '옵티미즘' 지갑이 뚫렸다. 4시 20분에는 비트코인 1만8,270개가, 2분 뒤에는 테더(USDT) 6억1,270만 개가 인출됐다.

TRM랩스 등 블록체인 정보업체는 공격 수법과 패턴을 근거로 북한의 정예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비트에서 약 15억 달러가 탈취됐을 때도 FBI가 용의자로 지목한 바 있다. 다만 수사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어서, 배후는 조사를 통해 확인될 사안이다.



미 금융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역외 거래소의 보안 취약성을 짚으면서, 탈취 자금을 추적할 능력도 갖췄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셀리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은 미 경제매체 CNBC 인터뷰에서 "진짜 문제는 이들이 규제받지 않는 역외 거래소이며 미국 금융시장이 갖춘 수준의 보호장치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낸스는 홍콩에서 창업한 뒤 본사를 일본과 몰타 등으로 옮겼으며 현재는 공식 본사가 없다.

셀리그 위원장은 CFTC가 지난 26일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발적 연방기관 등록 추진을 발표한 것도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거래소를 CFTC에 등록할 수 있는 연방 차원의 선택지를 제공해 기존 금융 시장과 같은 사이버 보안 안전장치를 준수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개인 노트북의 보안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짚었다. 이런 공격은 대부분 가상화폐 자체와는 무관한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는 "가상화폐는 자금이 (전통적인 자산보다)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자금의 출처나 행방을 숨길 수 있다"면서도 "우리는 블록체인을 통해 이 모든 것을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