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29일 밤 별세하면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는 30일 장례 첫날부터 문화·예술계 등 인사들의 조문이 온종일 이어졌다.
정부를 대표해 빈소를 찾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고인에게 추서된 금관문화훈장을 전달했다. 최 장관은 지난 6월 병문안을 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퇴원하면 술 한잔하자 하셔서 그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너무 빨리 허망하게 가셨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퇴원하시면 막걸리 한 잔 하자시던 약속을 결국 못 지켰습니다. 늘 국민 곁에서 자상한 아버지이셨던 최불암 선생님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라고 추모했다.
문화예술계 최고 영예인 훈장을 추서한 배경에 대해서는 "오늘 모든 국민의 마음이 허전할 것이다. 그만큼 선생님은 우리 모두에게 정말 많은 업적을 남기셨고 당연히 받으셔야 할 훈장"이라며 "국민을 대표해 훈장을 전달해 드렸다. 유가족분들께도 모든 게 아쉽고 애통한 상황에 대해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고 했다.
연예계 동료와 후배들은 시대를 함께한 큰 어른의 빈자리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인의 부축을 받으며 빈소를 찾은 나문희는 "우리의 자랑이었는데 이렇게 먼저 가서 마음 한구석이 많이 섭섭하다"며 "추억이 너무 많은데 잘 간직하겠다"고 인사를 건넸다. 유인촌 전 문체부 장관은 "(드라마) 데뷔 작품('강남가족')에서도 아버지를 하셨고 '전원일기'에선 22년간 아버지로 사셨기 때문에 개인적 입장으로는 가족"이라며 "평상시에도 늘 아버지라 불렀는데 이렇게 갑자기 부고를 받게 돼 너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배우 차인표는 "현장에서 뵀던 최 선생님은 까마득한 후배들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인격적으로 동등하게 대해주셨던 훌륭한 분이었다"며 "고통과 아픔이 없는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영면하시기를 기도한다"고 애도했다. 배우 김성환은 "이순재 선배님과 함께 한국 드라마 역사를 쓰신 분이자 후배들을 끔찍이 아껴주셨던 어른"이라고 회고했고, 가수 진성은 "삶이 힘들 때마다 선생님의 발자취를 되짚으며 힘을 얻곤 했다. 저세상에서는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셨으면 한다"고 명복을 빌었다.
드라마 '사모곡'(1987)에서 고인의 아내 김민자와 모녀로 호흡을 맞춘 인연으로 고인을 '아버지'라 부르며 딸을 자처했던 김혜수는 빈소에서 슬픔을 주체하지 못한 채 줄곧 흐느끼다 무거운 걸음으로 빈소를 나섰다. 선우용녀, 길용우, 양택조, 홍순창, 이천희·전혜진 부부 등도 잇달아 빈소를 찾았다.
직접 오지 못한 동료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했다. 배우 김혜자와 가수 조용필, 방탄소년단 제이홉 등은 근조 화환을 보내 애도의 뜻을 전했다.
방송 제작진과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발길도 이른 아침부터 이어졌다. 고인의 수의를 만든 박술녀 한복 원장은 조문을 마친 뒤 "1년 전 선생님이 아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마음을 담아 수의 도포를 만들어 뒀다"며 "너털웃음 속에 소시민적인 따뜻함을 전해주셨던 분인 만큼, 분명 하늘나라에서도 꼭 필요한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배창호 감독은 "영화와 TV, 연극을 아우르는 대배우이자 자상한 아버지의 표상이었다"며 "과거 독백 연기를 지켜보며 마치 음악 연주처럼 섬세한 리듬과 강약으로 감동을 빚어내는 창조적 연기에 깊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고 했다.
발인은 다음 달 2일 오전 7시 40분이다. 이어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집전하는 장례 미사가 열린다. 장지는 동화경모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