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 심각한 문제”…빛 바랜 10월 바닥론 [딥시그널]

입력 2026-10-30 20:30


코스피 지수가 30일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로 인해 3% 넘게 급락하며 하루 만에 6,000선을 반납했다.

전날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주주환원책을 내놓은 데 이어 간밤 뉴욕증시에서 알파벳 아마존 인텔 등 대형 기술주가 잇따라 '어닝 쇼크'를 기록한 여파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메모리 가격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빅테크의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동시에 갉아먹고 있다는 우려카 커지고 있다.

다음 달 미국 중간선거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앤트로픽의 초대형 기업공개(IPO) 등을 앞두고 10월 말부터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던 월가의 낙관론도 빛이 바랬다.

앞서 도이체방크의 짐 리드 매크로전략가는 이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1928년 이후 중간선거가 있던 해를 분석한 결과 23번 가운데 21번은 10월 이후 시장의 회복이 나타났다고 전망했다.

리드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1928년 이후 S&P500지수의 연중 마지막 조정은 통상 10월 27일 바닥을 찍었다"며 시장 반등 기회가 남았다고 예상했다.

◆ 사흘 만에 빗나간 '바닥론'…코스피 6,000선 재이탈



글로벌 'AI 트레이드'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코스피 지수는 이날 SK하이닉스가 장중 한 때 8% 넘게 하락하고,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세가 집중되는 등의 여파에 약세로 돌아섰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연이은 하락 배경에는 미국 기술주의 예상치 못한 수익성 둔화와 비용 증가에 있다. 빅테크의 수익성 악화가 궁극적으로는 AI 인프라 투자 축소와 전방 IT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른 경계감이 가격을 끌어내린 셈이다.

우리 시각으로 30일 오전 5시 기준 알파벳 주가는 A클래스 기준 전 거래일보다 12.64% 내린 282.53달러에 마감했다.

알파벳의 상장 이후 하루 하락폭 중에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이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 컸다.

이날 하루 시가총액 5,000억 달러를 허공으로 날려보낸 알파벳은 단기 가격 추이를 나타내는 50일 이동평균선이 200일 이동평균선을 아래로 뚫는 기술적인 '데드크로스'까지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검색 광고와 유튜브를 포함한 구글 서비스 매출이 963억 달러에 그쳤고, 검색 매출 증가율은 1분기 19%, 2분기 17%에서 3분기 12%로 뚜렷하게 둔화했다.

필립 신들러 구글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는 전날 콘퍼런스콜에서 "전체 검색은 5년 만에 가장 빠르게 늘었지만 새로 도입한 AI 모드의 수익성이 전통적인 검색보다 낮아져 매출에 영향을 줬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이런데다 구글의 본업인 검색에 대한 기술 기업간의 갈등도 확산하는 양상이다.

구글의 인공지능 서비스에 데이터를 공급해왔던 레딧의 스티브 허프먼 최고경영자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구글은 그 어느 때보다 집요하게 우리 데이터를 크롤링하지만, 우리를 포함한 누구에게도 트래픽을 나눠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장 마감 후 나온 아마존과 인텔 실적도 시장의 심리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아마존은 핵심인 온라인 스토어의 성장 둘화와 막대한 설비투자 부담으로 시간외 거래에서 정규장 종가 대비 7% 안팎 급락했다.

핵심 사업부인 아마존웹서비스(AWS)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3% 늘어 6분기 연속 성장했지만, 본업인 아마존닷컴의 온라인 매출은 2% 증가한 684억 7,000만 달러로 2023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 수익을 보완하던 광고매출도 공시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런 상태에서 아마존은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유형자산 취득에 3분기에만 약 773억 달러, 1년간 잉여현금흐름 424억 달러 상당을 소진하며 대규모 잉여현금흐름 적자를 냈다.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올해 연간 현금 설비투자 전망치 2,200억 달러를 유지하면서 2027년에는 지출이 의미 있게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 지속 어려운 '메모리 초인플레이션'…실적 도미노 위기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부른 부품 비용 급등과 수익성 악화 우려는 종합 반도체 기업인 인텔의 콘퍼런스콜에서 정점을 이뤘다.

인텔은 올해 4분기 가이던스에서 시장 전망치를 대폭 하회하며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23% 하락한 주당 7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인텔은 3분기 데이터센터·AI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8% 급증한 73억 1,800만 달러로 15년 만의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4분기 조정 주당순이익 가이던스는 월가 컨센서스인 43센트보다 낮은 25센트, 매출총이익률 역시 38%로 월가 전망치인 42.4%를 밑돌았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는 이날 발언 중 "메모리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며 "2027년도에는 업계 모두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인텔은 PC 전체 시장 규모(TAM) 역시 올해 12% 줄어든 데 이어 내년에도 10% 추가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브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는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가장 극심한 PC 재고 조정이 일어날 것"이라며 "2027년에도 메모리 상황은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시장 우려를 키웠다.

문제는 메모리 가격 폭등이 전방 IT 기기 수요를 파괴하고 물가를 자극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낸드플래시 가격이 2023년 기가바이트당 5센트에서 현재 30센트 이상으로 550% 뛰어 소비자 기기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빅테크 가운데 애플은 지난해 60억 달러를 쓴 관련 메모리 반도체 확보 비용으로 250억 달러를 지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애플을 상대로 기록적 실적을 낸 샌디스크 조차도 이날 시간외에서 5.6% 하락하는 등 치솟은 가격과 시장 심리 악화에 대한 경계감이 이어지고 있다.



◆ 'AI 부채' 어디까지…MS, 9년 만의 회사채 발행

치솟은 메모리 가격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현금흐름 악화로 인해 빅테크의 자금 조달 창구는 자체 현금이 아닌 자본시장으로 급격히 기우는 추세다.

전날 콘퍼런스콜 막판 자본시장 조달 카드를 시사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9년 만에 회사채를 공식 발행한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약 25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만기 2년에서 최장 40년, 10개 트렌치로 발행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7년 170억달러를 조달한 뒤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았으며, 존슨앤드존슨과 함께 무디스와 S&P로부터 최고 신용등급 'AAA'를 받은 몇 안 되는 미국 기업이다.

전체 인력의 약 4분의 1인 6만 명에게 희망퇴직을 제안하며 비용을 적극 통제하고, 지난 분기 잉여현금흐름 흑자를 유지한 영향으로 이번 발행에는 최대 1,150억달러, 발행액의 4.6배에 달하는 주문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우량 등급이던 마이크로소프트조차 AI 인프라 자금 조달에 대한 채권시장의 경계심을 걷어내지 못했다.

이번 발행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30년물에 미 국채 대비 0.9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지불했는데,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낮은 프록터앤드갬블(P&G)의 30년물 스프레드보다 오히려 35bp 높은 수준이다.

메타의 특수목적법인(SPV) 채권과 코어위브 2031년 만기 채권 스프레드가 다시 확대되는 등 잠잠하던 크레딧 시장의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9일 이전까지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와 데이터센터 개발사가 발행한 투자등급 회사채는 3,13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월가 자본시장 조차도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2025년 이후 미국 빅테크의 누적 채권 발행액은 3,870억달러에 이르는데, 이 영향으로 올해 글로벌 전체 채권 발행 규모는 이달 기준 사상 최대인 6조 6,3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