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3분기에 역대 가장 많은 차를 팔았지만 수익성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기차 판매를 늘리기 위해 할인을 확대한 데다, 원자재 값과 중동 분쟁 장기화 여파가 겹친 탓이다.
점유율은 크게 끌어올렸지만 그 대가로 이익을 내주면서, 직전 3개 분기 내내 앞서던 영업이익률이 '형' 현대자동차에 밀렸다.
●판매 최다…영업이익은 기대치 4분의 3
기아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31조5,974억원, 영업이익 1조8,183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공시했다.
1년 전보다 매출은 10.1%, 영업이익은 24.3% 늘었다. 다만 영업이익은 에프앤가이드 기준 시장 예상치(2조3,574억원)를 23%가량 밑돌았다.
영업이익률은 5.8%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올랐지만, 전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 영업이익률(5.9%)보다 낮았다.
기아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현대차보다 높은 이익률을 기록해 왔다.
판매는 호조였다. 3분기 글로벌 도매 판매는 84만7,355대로 7.9% 늘며 역대 3분기 최다를 기록했다.
국내 시장이 10.7%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기아의 국내 점유율은 36.8%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점유율도 5.8%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다. 서유럽 판매는 16.9%, 인도 판매는 38.5% 증가했다.
●이익 늘린 건 관세·환율, 깎은 건 '할인'
기아가 공개한 영업이익 증감 요인을 보면 이익을 늘린 건 대부분 외부 요인이었다.
미국 관세율이 25%에서 15%로 낮아진 데 따른 기저효과가 5,300억원, 우호적인 환율 효과가 5,290억원이었다. 여기에 판매 증가에 따른 물량 효과 4,420억원이 더해졌다.
반면 이익을 가장 많이 깎은 건 할인이었다. 인센티브(판매장려금) 확대와 가격 인하로 7,270억원의 이익이 줄었다.
서유럽과 국내에서 전기차 판매를 늘리기 위해 전략적으로 인센티브를 늘리고 가격을 낮춘 결과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3,680억원)과 중동 분쟁 장기화(2,090억원)로 약 5,700억원의 이익 감소 요인이 더해졌다.
할인과 외부 요인으로만 1조3,000억원 이상의 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원가 지표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매출원가율은 84.1%로 1년 전보다 3%포인트 높아졌다. 인센티브 증가(1.9%포인트)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수익' 택한 현대차, '점유율' 택한 기아
기아가 할인으로 이익을 내준 대신 얻은 건 점유율이다. 3분기 글로벌 전동화 차량 판매(소매 기준)는 30만대로 47% 늘었다.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2%까지 올라갔다.
전기차 판매는 12만3,000대로 75.4% 급증했다. 절반은 서유럽에서 팔렸다. 서유럽에서 기아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은 43.2%로 1년 전(19.2%)의 2배 이상이다.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HEV) 판매가 118% 증가한 6만9,000대로 집계됐다.
현대차와 기아는 3분기 정반대 모습이었다. 현대차는 파업으로 판매가 11% 넘게 줄었지만, 하이브리드 비중을 높여 영업이익을 5.5% 늘렸다.
기아는 판매를 8% 가까이 늘렸지만, 전기차 확대를 위한 할인에 이익을 내줬다. 덜 팔고 더 남긴 현대차와 더 팔고 덜 남긴 기아인 셈이다.
두 회사는 같은 역풍과 순풍을 맞았다. 원자재 값 상승과 중동 분쟁 장기화는 공통 부담이었다. 관세율 인하와 급등한 환율, 판매보증비 감소는 공통으로 이익을 받쳤다.
결국 성적을 가른 건 현대차의 파업 같은 내부 변수와 할인 전략이었다. 기아는 당장의 이익보다 전동화 시장 선점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4분기는 하이드브리드로 수익성 회복
기아는 4분기 수익성이 높은 하이브리드 판매를 늘려 이익 회복에 나선다.
국내에서는 신차 셀토스 하이브리드와 쏘렌토·카니발 하이브리드에 주력한다. 미국에서는 셀토스 하이브리드를 새로 출시하고,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생산능력을 확충한다.
할인으로 판매를 늘린 전기차에 이어,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는 하이브리드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가능성은 3분기에 확인됐다. 미국 하이브리드 시장이 27% 확대되는 동안 기아의 미국 하이브리드 판매는 118% 뛰었다.
특히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만큼 관세 부담도 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유럽에서는 올해 전기차 판매를 지난해보다 79% 늘려 전체 판매의 33%까지 끌어올린다. 인도에서는 16% 늘어난 33만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
기아 측은 미국 관세가 없었다면 3분기 영업이익률이 약 8%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원적 경쟁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정성국 기아 IR/전략투자담당 전무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동 정세 불안 등 대외 요인이 해소될 경우 견조한 완성차 사업 경쟁력에 기반해 수익성을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