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미 증시 3대지수 하락했습니다. 다우 지수 0.25%, S&P 500 0.3%, 나스닥 지수 1.38% 후퇴했습니다.
오늘 미 증시 방향성은 기업 실적 발표 이후 투자심리의 후퇴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경제 펀더멘털과 관련한 지표는 나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9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예상 부합 수준인 전년비 3.6% 올랐고, 3분기 미국 GDP 성장률은 예상을 웃돈 3.4%로 집계됐습니다.
장 마감 후 나온 아마존(AMZN)의 실적을 비롯해, 최근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최신 성적표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현금흐름의 악화와 그에 따른 자본지출의 조정입니다.
시장에선 이제 아마존을 세계 최대의 온라인 유통업체라기보다 초대형 하이퍼스케일러로 인식하지요. 아마존은 분기 매출 2,019억 달러, 주당 순이익 1.89달러의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예상에 못 미치는 실적이기는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아마존의 캐시 카우로 불리는 AI 클라우드 사업부 AWS는 39%라는 견조한 매출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이는 앞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에서도 확인되는 내용입니다. 여러 불안 요인 속에서도 AI 클라우드 인프라는 고성장 중입니다.
그런데 돈을 써도 너무 많이 쓰는 게 문제입니다. 조금 전 실적을 내놓은 아마존의 최근 12개월 영업현금흐름은 1,683억 달러였습니다. 이 기간 동안 자산 취득에 쓴 현금이 2,107억 달러였습니다. 벌어서 남는 돈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다 보니 재무 상태가 악화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극합니다.
AI 클라우드 사업은 데이터센터를 짓고 AI 가속기를 대규모로 사서, 이 인프라로 돈을 법니다. 적어도 아마존은 지금의 현금흐름 악화에도 지출을 줄일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전체 자본지출(Capex) 규모를 2,200억 달러로 제시하고, 내년엔 더 의미있는 수준의 지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투자 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도 함께 덧붙였습니다.
아마존이 제무재표 악화를 감수하면서 투자를 계속 한다는 입장이라면, 메타나 구글은 3분기 자본지출을 예상보다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들 회사도 연간 전체 지출은 유지하겠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다가올 미래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분명한데, 당장 제무재표상 나가는 돈이 많으니 투자자들은 걱정하는 모양새입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인텔(INTC)은 조금 더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인텔은 PC 수요 악화가 회사 실적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립부 탄 CEO는 지난 두 달 동안 PC 시장 조정 속도가 가속화 됐다고 했고, 데이브 진스너 CFO는 내년 PC 시장 규모가 1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분기 매출과 EPS 가이던스도 시장의 예상보다 낮은 수준을 제시했지요. 인텔의 주가는 시간외에서 20% 이상 하락 중입니다.
미국 기술주 실적이 좋지 않으면 국내 투자심리에도 영향이 불가피합니다. 심지어 반도체 가격이 너무 올라서, 그러니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너무 잘 나가서 인텔 실적이 타격을 받는 구조가 있음에도 그렇습니다. 간밤 코스피 야간 선물은 2% 하락했고, 미국 증시에 상장한 MSCI 한국 지수 기반 ETF(EWY)는 시간외 거래에서 3%대 낙폭을 보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