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을 추가로 지불하면 긴 대기 줄을 건너뛰고 먼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패스트 패스(Fast Pass)'가 일본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놀이공원에서 주로 활용되던 우선입장 제도가 유명 음식점은 물론 병·의원까지 확대되면서 돈으로 시간을 사는 소비문화가 자리 잡는 모습이다.
29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도쿄역 인근 지하상점가에 위치한 '도쿄 라멘 요코초'에서는 추가 요금을 지불한 손님이 줄을 서지 않고 먼저 입장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는 웹사이트에서 '우선입장 티켓'을 구매하면 되는데, 가격은 1인당 500엔(약 4천200원) 이상으로 매장 혼잡도에 따라 달라진다.
관광객이 몰리는 지방 음식점에서도 비슷한 서비스가 도입되고 있다.
아이치현 미하마초의 한 음식점은 지난해부터 패스트 패스를 운영하고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솥 밥을 먹을 수 있는 이곳은 주말이면 기본 대기 시간이 2시간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음식점 측은 손님들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면 주변 관광시설이나 기념품 가게를 방문할 여유가 생겨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 두 음식점이 사용하는 우선입장 시스템은 일본 업체 '스이스이'가 개발했다. 2023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현재 일본 전역 111곳에서 해당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패스트 패스는 대기 시간이 긴 의료기관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의료 스타트업 '마이신'은 작년 2월부터 진찰료 외에 500엔(약 4천200원)~1천엔(약 8천500원)을 '예약료'로 지불하면 우선적으로 진료를 받도록 하는 '쿠론 스마트 패스' 서비스를 하고 있다.
다만 일반 환자들의 불만을 고려해 전체 환자 가운데 일부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마이신은 "아이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 못하는 경우나 사정이 있어 시간 여유가 없는 경우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음식점과 병원까지 확산한 패스트 패스는 당초 테마파크에서 주로 사용되던 방식이다.
긴 대기 줄로 유명한 도쿄 디즈니랜드에서는 놀이기구당 수천엔(수만원)을 내면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디즈니 프리미엄 액세스'를 판매하고 있다.
추가 비용을 내고 시간을 절약하는 소비 방식에 대한 수요는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계 브랜드 세이코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32%가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돈을 지불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20대에서는 이러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47.5%로, 절반에 가까웠다.
히로세 료 닛세이기초연구소 연구원은 "기다리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지금에 충실하지 않으면 손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