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6억' 주고 샀는데"…짐 싸서 나가라니 이 무슨 날벼락

입력 2026-10-28 22:48
수정 2026-10-29 00:02
평생 거주용 크루즈 운항 중단…승객 203명 하선 통보
중동 전쟁에 연료비 최대 4배 이상 급등…은퇴자·원격 근무자들 발 묶여


평생 살 집을 마련한다는 생각에 최대 6억원을 들여 크루즈 객실을 구입한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배에서 쫓겨나는 처지가 됐다. 세계 일주 항해에 나섰던 미국 크루즈선이 연료비 급등과 누적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캄보디아에서 운항을 중단하면서다.

28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쁘레아시아누크주 당국에 따르면 시아누크빌 항구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오디세이'호는 최근 승객들에게 짐을 챙겨 배에서 내리라고 통보했다.

당초 이 배에는 대부분 미국인인 승객 203명과 승무원 156명이 타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하선 통보를 받은 승객 중 일부는 항공편으로 고국 등에 돌아갔지만, 나머지는 현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롱 디망쉐 쁘레아시아누크주 부지사는 갑작스러운 하선 명령으로 많은 은퇴자와 원격 근무자들이 고국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갈 곳을 잃게 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배가 단순한 관광용 크루즈가 아니라 평생 거주할 수 있는 '바다 위의 집'을 표방했다는 점이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본사를 둔 운영사 빌라 비 레지던스는 오디세이호를 영구적인 집으로 삼을 수 있다고 홍보하며 객실을 분양하거나 임대해왔다. 영구 거주용 선실의 분양가는 13만~44만 달러로, 우리 돈 약 1억7,500만~5억9,100만원에 달했다.

여기에 거주자들은 매달 2천~1만 달러(약 268만~1,340만원)의 비용도 별도로 부담해야 했다. 오디세이호는 이 같은 방식으로 승객을 모집해 2024년 10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세계 일주 항해를 시작했다.

그러나 중동 전쟁에 따른 연료비 급등이 발목을 잡았다.

운영사에 따르면 당초 객실당 월평균 1,800달러(약 242만원) 수준이던 연료비는 아시아 지역에서 6천~8천 달러(약 806만~1,075만원)까지 치솟았다. 최고치를 기준으로 4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운영사는 성명을 통해 더 이상 운영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한편 거주자와 승무원, 직원들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승객 부족도 경영난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승객 랜디 캐싱엄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정원이 650명인 배에 실제 탑승한 승객은 많아야 350명 정도에 그쳤으며, 이로 인해 문제가 잇따랐다고 주장했다.

갑작스러운 하선 과정에서도 승객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캐싱엄은 선사 측이 하선을 지시하면서 호텔까지 이동하는 것을 돕거나 숙박비를 지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승객 조핸 보딘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짐을 싸는 데 주어진 시간이 불과 6시간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이 배에서 15년 이상 살기를 희망했다며, 최근 합류했거나 은퇴 자금을 투자한 승객들이 걱정된다고 전했다.

평생 거주를 꿈꾸며 거액을 투자한 승객들은 크루즈 운항이 중단되면서 앞으로의 거처마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