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나 주식에 연동된 권리를 블록체인에 기록한 ‘토큰화 주식’ 시장이 올해 들어 다섯 배 이상 커졌다.
28일 디지털엑스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토큰화 주식 발행 잔액은 35억8천만달러다. 연초 6억7,300만달러의 5.3배로 늘었다.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실물연계자산(RWA)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6%에서 9.2%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토큰화 미국 국채와 원자재 증가율은 각각 58%, 47%였다.
●발행 잔액 82%는 의결권 없는 상품
시장을 이끄는 것은 미국 밖에서 발행돼 미국인에게 판매할 수 없는 상품이다.
바이낸스의 비스톡스(bStocks) 발행 잔액이 12억6천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온도 스톡스가 9억800만달러, 엑스스톡스(xStocks)가 6억2,800만달러로 뒤를 이었다. 로빈후드의 역외 상품까지 합하면 전체 발행 잔액의 82%를 차지한다.
이들 상품의 공통점은 투자자에게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주식을 보관해 토큰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상품도 있지만, 토큰 보유자가 해당 기업의 주주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배당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토큰 가치에 반영하는 등 권리 처리 방식도 상품마다 다르다.
디지털엑스 리서치는 상품명만으로 주식의 직접 소유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기초주식 확보 여부와 배당 방식, 상환 절차, 발행사 파산 시 투자자의 지위를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美 제도권 진입…실제 유통 확대는 과제
미국에서는 기존 주식의 권리를 유지하면서 기록·이전 방식을 블록체인으로 확장하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중앙예탁기관 DTC는 지난 7월 예탁증권에 대한 권리를 토큰으로 표시하는 시범사업에서 실거래와 담보 이전을 처리했다. 기존 간접보유 체계를 유지해 배당 수령과 의결권 행사 등의 권리를 보존하는 방식이다.
다만 제도 마련이 곧 활발한 거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도권 발행 경로와 실제 거래 수요 사이에 여전히 간극이 있단 분석이다. DTC의 정식 서비스와 토큰화 증권 거래시설이 얼마나 많은 참여자와 거래를 확보하는지가 향후 관건이라는 것이다.
●韓, 해외 상품 판매·가격 기준 보완해야
국내에서는 내년 2월 개정 전자증권법 시행을 앞두고 해외 상품에 대한 대응이 과제로 남았다. 금융위원회가 이달 입법 예고한 하위 법규 개정안은 국내 발행·유통에 집중돼 해외 토큰화 주식의 국내 판매·중개는 다루지 않는다.
문제는 해외에서는 SK하이닉스 연계 토큰 등 한국 종목을 기초로 한 상품이 이미 유통되고 있단 점이다. 현물 토큰과 별개인 주가 연계 파생상품 거래도 확대되고 있다.
하이퍼리퀴드의 SK하이닉스 무기한 선물 미결제약정은 지난 23일 3억5,299만달러로, 거래소가 집계한 138개 종목 가운데 S&P500지수 다음으로 많았다.
디지털엑스 리서치는 권리 공시와 국내 판매 단계의 투자자 보호, 배당·분할·합병 처리 및 참조가격 기준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늦어지면 한국 종목의 토큰화 거래가 국내 제도의 적용 범위 밖에서 먼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