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경영자와 상담을 하다 보면 가업승계 이야기에 표정이 어두워지는 경우가 많다. 평생 일군 회사를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어도 상속·증여세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중견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가업승계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그 이유의 상당수는 세금 부담이었다.
우리은행과 삼일PwC의 최근 조사에서도 승계 계획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경영자 비중이 2016년 43.4%에서 2024년 66.1%로 크게 늘었다. 중소기업 셋 중 둘은 회사를 누구에게, 어떻게 넘길지조차 정하지 못한 셈이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30억 원 초과 구간에 대해 50%가 적용된다. 여기에 최대주주가 특수관계인에게 주식을 물려줄 때는 경영권 프리미엄 명목으로 평가액의 20%를 가산하는 최대주주 할증평가가 더해져 실질 부담은 60%까지 올라간다.(단, 할증평가는 중소기업은 제외)
2024년 정부가 이 할증평가를 폐지하고 최고세율도 40%로 낮추는 방안을 세법개정안에 담았지만 그해 12월 국회에서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 전체가 부결되면서 현재까지도 종전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런 세부담 탓에 국내 알짜 중소기업이 매물로 나오고 일부는 해외 자본의 인수 대상이 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화장품 용기 제조사 S 사는 2세 승계 대신 제3자 매각을 택해 2023년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겼고 이후 새 대주주 아래서 기업가치가 크게 오른 뒤 재매각되는 사례로 이어졌다.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를 23년간 운영해온 H 사의 대표도 후계자를 찾지 못하자 폐업 대신 경쟁사 매각을 선택했다. 두 사례 모두 회사를 접는 대신 기술과 고용, 거래처를 살리는 길을 택했다.
이런 흐름 속에 재정경제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큰 폭으로 손질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가업의 정의다. 기존에는 일정 기간 이상 기업을 운영했는지가 핵심 기준이었다면 앞으로는 특허권·산업기술·숙련기술·영업비밀 등 자체 기술이나 경영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만 공제 대상으로 인정한다. 부동산 임대업이나 타인의 브랜드에 기대는 프랜차이즈 업종은 제외되고 업종 분류도 대분류에서 세세분류 기준으로 촘촘해져 전체 1,205개 업종 중 727개만 대상에 남는다. 공제를 받으려면 별도의 사전 심사도 거쳐야 한다.
요건은 까다로워지지만 장기간 회사를 이끌어온 창업주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커진다. 현행 제도는 경영기간이 10년, 20년, 30년 이상이면 각각 300억 원, 400억 원, 600억 원을 공제하는 구간별 방식인데, 개편안은 이를 경영연수×20억 원으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이에 따라 최대 공제 한도는 600억 원에서 1,000억 원까지 늘어나지만 경영기간 요건 자체가 10년에서 원칙적으로 30년으로 대폭 상향되고 사후관리 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다. 즉 혜택은 커지되 문턱은 훨씬 높아지는 구조다. 사업용 토지 공제 범위도 축소되고 ㎡당 1천만 원의 토지공제 한도가 새로 생겨 부동산 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실익이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이 개편안은 아직 세법개정 절차가 남아 있어 확정 시행 여부와 시기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
이번 개편안에는 자녀 승계가 어려운 기업을 위한 제3자 승계 지원 방안도 새로 담겼다. 20년 이상 기업을 운영한 60세 이상 최대주주가 매출 5천억 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을 같은 업종 경력을 가진 임직원 등에게 매각하면 매도자는 주식·사업용 자산 양도소득세를 20% 감면받고 매수자는 5년간 소득세 또는 법인세를 10% 감면받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이 제도는 2027년 이후 상속·양도분부터 적용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어 현재 시점에서는 확정된 제도가 아니라 시행 시기와 세부 요건을 계속 확인해야 하는 단계다.
세법이 바뀌는 흐름과 별개로 현재도 활용할 수 있는 승계 지원 제도는 여러 갈래다. 가업상속공제 외에도 60세 이상 대표가 가업 승계 목적으로 주식을 증여할 때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자녀가 가업 승계보다 새로운 창업을 원할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창업자금 증여세 과세특례, 중소기업 주식에 대한 할증평가 배제, 상속세 연부연납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증여세 과세특례는 최근 개편으로 가업 영위 기간에 따라 최대 600억 원까지 특례 한도가 적용되도록 확대된 상태다. 다만 상속인이 실제로 가업에 종사하고 일정 기간 내 대표이사로 취임해야 하는 등 사후관리 요건이 뒤따르므로 단순히 세율만 보고 접근했다가는 사후에 공제·특례가 추징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최근에는 자녀에게 증여한 자산과 자녀 명의의 소득을 결합해 신설 법인을 세우고 이 법인을 키워 기존 법인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승계를 준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다만 이런 구조는 절세 효과가 큰 만큼 세무당국의 검토 강도도 높은 영역이므로 법률 요건을 정확히 갖추지 않으면 오히려 부당행위계산이나 증여의제로 문제 될 소지가 있다.
이처럼 가업승계는 세제 혜택 하나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자녀에게 물려줄 것인지, 제3자에게 넘길 것인지부터 결정해야 하고 어느 쪽을 택하든 재무구조와 지분구조가 정비돼 있지 않으면 활용할 수 있는 제도 자체가 제한된다. 가업상속공제나 증여세 특례는 사후관리 요건이 까다로운 만큼, 승계를 계획하고 있다면 최소 몇 년 전부터 회사의 지분 구성과 재무 상태를 점검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 작성] 최난주 /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
* 위 칼럼의 내용은 작성자의 전문적인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 *
스타리치 어드바이져는 기업이 밤하늘의 별처럼 지속적으로 빛날 수 있도록 백년기업을 향한 영속성을 함께 디자인하는 성장 파트너다. 전문적인 시스템과 체계적인 관리를 바탕으로 전국의 컨설턴트와 전문가 그룹이 각 기업의 상황과 특성에 맞는 솔루션을 제시한다.
또한 사단법인 글로벌기업가정신협회와 함께 2015년부터 ‘기업가정신 콘서트’를 개최하며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미래 지향적 기업가정신의 확산에도 앞장서고 있다. 기업의 효율적 운영과 지속 가능한 중장기 성장 전략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면 스타리치 어드바이져에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