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AI 수익성 우려 '불식'...반도체주 랠리 '재점화' [딥시그널]

입력 2026-10-27 14:52
<앵커>

미국 첨단 인공지능 기업인 앤트로픽의 상장 신고서가 공개된 가운데, 코스피가 장중 4% 넘게 급등하며 단숨에 5,700선을 돌파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6% 넘게 치솟고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도 4%에서 7%대 급등을 보이면서 외국인이 현물과 선물을 합쳐 1조원 가까운 순매수를 기록 중입니다.

지난주까지 썰물처럼 빠져나가던 외국인 수급이 왜 오늘 갑자기 돌아선 것인지, 이번 반등이 추세 전환의 신호인지 딥시그널 김종학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간밤 미국 반도체 기업들에 이어 오늘 우리 시장에서도 외국인이 대형 반도체주를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습니다.

앤스로픽 상장 추진 소식만으로 수급이 이렇게 달라졌다고 봐야 하는 것일까요?

<기자>

인공지능 기술 경쟁 선두에 있는 앤트로픽의 상장 신고서 공개는 분명히 시장의 심리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막대한 회계상 적자와 매출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 그러고 300페이지 보고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인간에 대한 위협과 사업 안정성에도 자금 조달 이후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앤트로픽은 이번 신고서에서 실제로 돈을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력을 증명하면서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가 멈추지 않고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앤트로픽도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7명의 공동창업자는 발표문에서 적극적인 자본 투자와 운용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언뜻 보면 무책임할 정도로 커 보일 수 있는 선행 투자"라고 표현할 정도 규모, 그러면서도 수요 예측이 빗나가더라도 운영 효율을 높이고, 충격을 막기 위해 필요하면 추가 자본 조달도 아낌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무책임할 정도로 큰 투자'가 대체 어느 정도인지도 신고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앤트로픽은 보고서 작성 시점인 지난 6월 말 기준 컴퓨팅 구매 약정액 2,656억 달러, 아직 리스 임대를 시작조차 하지 않은 의무 계약이 추가로 3,214억 달러, 그리고 7월 이후 새로 맺은 2,660억달러를 더해 오는 2030년대부터 2045년까지 약 8,530억달러 규모를 쏟아부을 예정입니다.

이번 신고서는 사모펀드에 돈을 빌려 엔비디아의 GPU를 사들인 뒤 빅테크나 오픈AI를 뒷받침하던 네오 클라우드의 부실화에 대한 우려도 덜어냈다는 평가입니다.

여기에 국내 증시 내부적으로도 지난주까지 급하게 팔아야 할 악성 매물이 상당부분 소화된 외국인 매수세를 자극했습니다.

국내 증권사 보고서에 따르면 반대매매 비중이 지난 14일 6.6%에서 최근 1% 수준으로 떨어졌고, 신용융자 잔고도 열흘 새 3조 9,000억원 급감했습니다.

시가총액 회전율 역시 상승장 이전인 지난해 1월 수준으로 매도 압력이 비워진 상태에서 인공지능 투자 지속성이 확인되자 외국인의 되사기 자금이 강하게 유입되고 있는 겁니다.

<앵커>

8,530억 달러면 현재 환율로 대략 우리 돈 1,100조 원이 넘는 상상이 어려운 숫자입니다.

그만한 자금을 앤트로픽과 시장이 소화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까?

<기자>

1,100조원은 오늘 SK하이닉스 전체 시가총액은 물론 삼성전자 시가총액에 육박하는 막대한 자금이지만, 이를 감당할 수 있다는 기대가 오늘 시장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시장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도 인공지능 기업들이 돈이 바닥나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투자를 줄이는 시나리오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자금을 빌려주던 사모펀드 혹은 빅테크의 투자 축소만으로도 이 돈을 빌려서 데이터센터를 굴리던 네오 클라우드 기업들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 증권 신고서를 통해 공개한 앤트로픽의 현금 보유 현황은 지금까지 시장을 눌러온 자금 고갈 우려를 덜어냈습니다.

앤트로픽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총 1,411억달러의 자본을 조달했는데, 현금성 자산 1,124억 달러에 단기 투자자산 193억 달러를 더해 1,317억 달러를 보유 중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앤트로픽이 역대 상장 기업 중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봤고, 실제 이러한 현금 흐름도 보기와 달리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하지만 앤스로픽을 비롯한 AI 기업들이 인프라 투자 경쟁으로 당장 흑자를 내지 못하다보니 현금 흐름이 말라붙을 수 있는데, 이런 위험도 피할 수 있다는 건가요?

<기자>

상반기 기록한 적자 규모는 한 차례 짚어본 것처럼 회계상 드러난 착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회계 당기순손실이 807억 4,800만 달러로 찍혀 있지만,앤스로픽의 기업가치가 급등하면서 기존 전환사채의 평가손실 811억 달러가 장부에 반영된 것일 뿐 실제 현금이 나간 손실이 아닙니다.

오히려 상반기 조정 영업이익은 16억 1,800만달러 흑자였고, 실제 돈이 들어오고 나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년 전 15억달러 유출에서 올 상반기 39억 2,900만달러 순유입으로 돌아섰습니다.

투자 규모대비 이익이 얼마나 나는지, 컴퓨팅 연산 비용 1달러를 투입해 벌어들이는 매출액으로 따져보면 공시 자료에서 지난해 1분기 40센트에서 올해 2분기 2달러 8센트로 5배 넘게 뛰면서 2분기 조정 영업이익률은 19%를 기록 중으로 나타납니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하드웨어 자산 부담 때문에 불가피하게 브로드컴과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파트너들과의 공생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한데, 비교적 현금이 넉넉한 이들 기업과 장기 리스 약정을 유지하면서 투자 지속 가능성을 키웠다는 것이 앤스로픽측의 입장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처럼 탄탄한 지표에도 불구하고 당초 2조 달러에 달할 거라던 앤트로픽의 기업가치는 어찌된 일인지 1조 5,000억에서 1조 7,50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오픈AI와 같은 경쟁사도 마찬가지이고요. 기업가치를 낮게 재평가받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사업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는 덜어냈지만, 분기별로 따져보면 매출 성장 속도는 둔화하고 있는데다 결국 막대한 자금 조달로 수익성의 한계가 한동안 지속될 위험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앤트로픽은 매출 의존도가 높았던 상위 5개 고객사 비중을 올해 1분기 36%에서 21%로 줄이고, 나머지 기업 고객들을 꾸준히 늘려왔습니다.

AI 토큰 비용으로 연간 1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억 3천만 원 이상을 쓰는 기업 고객들이 1년 새 950곳에서 1만 1900곳으로 12배 넘게 늘어 저변 자체는 넓어졌습니다.

하지만 덩치가 커지면서 시장 진입 초기보다 전 분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올해 1분기 132%, 2분기 144%에서 3분기에는 45%로 내려왔습니다.

또 기업들이 구독 비용을 확정하기보다 사용량에 따라 과금을 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매출을 가늠할 잔여의무계약도 108억 달러로 기대보다는 낮습니다.

이 돈으로 장기 인프라 사용료를 부담해야 하는데, 상반기에만 클라우드 3사에 지급한 유통 수수료가 27억 달러를 기록한 것도 앞으로 실적에 대한 보수적 전망을 만드는 요소입니다.



지배구조도 따져볼 부분인데, 클래스A주 외에 T, F 클래스를 별도로 발행하고요.

일반 공모 주주에게는 의결권을 49.9%까지만 주고 단 1주씩만 발행하는 특수 주식을 통해 장기공익신탁과 창업자 7명이 경영권을 영구 장악하는 독특한 구조입니다.

게다가 상장 후 주가가 50% 오를 때마다 신주를 2%씩 새로 찍어 공익기금에 무상 출연하는 지분 희석 조항이 있다보니 매출과 지배구조를 반영해 1조 5,000억 달러 수준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앵커>

앤스로픽의 기업가치는 냉정하게 재평가받고 있지만, 어쨌든 확보된 현금과 약정으로 투자가 계속된다는 건 반도체를 공급하는 우리 기업들에는 확실한 호재 아닙니까?

이번 주 실적 발표를 앞둔 우리 증시와 외국인 수급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앤스로픽이 금고에 쌓아둔 1,317억달러의 유동성과 이번 상장으로 조달할 약 1,000억달러의 공모 자금, 그리고 파트너들과 맺은 8,000억달러 이상의 약정은 결국 반도체와 서버 등 하드웨어 공급망으로 흘러들어갈 돈입니다.

브로드컴과의 맞춤형 반도체 리스 계약 630억 달러 상당 어제 추가 계약을 맺으면서 관련 투자 심리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앤스로픽이 제출한 이번 신고서를 뜯어보면 특정 반도체 회사에 대한 의존도 줄이기 위해 아마존 트레이니움과 구글 텐서처리장치, 엔비디아와 AMD 그래픽처리장치 등 4대 기업으로 다변화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이러한 과정에서 향후 신규 용량에서 빅테크의 자체 맞춤형 반도체 비중이 지난해 34%에서 2028년 66%로 두 배 커질 것으로 내다봤는데, 엔비디아와 공생 관계에 있는 아마존, 구글 등이 재평가 받을 기회로도 여겨집니다.

내년 1,300억달러 규모로 커지는 전 세계 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570억달러, SK하이닉스가 490억달러를 차지하며 전체의 80% 이상을 흡수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물론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 과정에서 네오클라우드만큼 반도체는 산업 끝단에서 가장 취약한 구조를 안고 있다는 월가의 우려도 여전하고, 당장 빅테크 실적이 이번주로 다가온 점도 변수입니다.

현재 코스피는 선행 주가수익비율이 2006년 이후 최저치인 4배까지 내려왔고 반도체 업종의 주가순자산비율도 1.4배로 떨어졌지만, 자기자본이익률 전망치는 과거 평균의 4배를 웃돌고 있습니다.

내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가 잉여현금흐름 50% 이상 주주환원 이행을 하는지, 모레 목요일 새벽 미 연준 금리 결정 및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실적까지 반등을 확신하기 어려운 구조이고요.

또 목요일 오전 삼성전자 확정 실적에서 구체적으로 공개할 내년 자사주 매입·소각 청사진 등이 오늘 막 돌아온 외국인 매수세를 장기 추세로 굳힐 마지막 기회가 될 전망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딥시그널 김종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