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가 한달 만에 반전됐다.
신규 상장 기업들의 시초가가 공모가를 웃도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데다, 일반 투자자들의 공모주 청약 경쟁률도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연말을 앞두고 신규 상장 기업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모주 투자 열기는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다만 공모주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 기업별 가치 평가에 따른 성과도 양극화될 수 있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 8월 '공모주 암흑기' 지나 9월부터 반등…시초가 상승률 133%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모시장이 부진했던 지난 8월 신규 상장 기업 6곳 가운데 5곳은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당시 시초가가 공모가를 웃돈 기업은 위성 전파 관련 기업 케인엔에스아이엔씨가 유일했다. 케인엔에스아이엔씨의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약 90% 상승했지만, 나머지 기업들이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8월 신규 상장 기업들의 평균 시초가 상승률은 8%에 그쳤다. 공모주 청약을 통해 주식을 배정받은 투자자들이 상장 첫날부터 손실을 보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IPO 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그러나 9월 초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9월 신규 상장 기업 6곳 가운데 웨어러블 의료기기 기업 스카이랩스를 제외한 5곳의 시초가가 공모가를 웃돌았다. 지난 달 상장한 기업들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평균 상승률은 133%에 달했다.
10월에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10월 신규 상장 기업들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평균 상승률은 84%로 집계됐다. 이달 27일까지 상장한 6개 기업 가운데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 엘리스그룹을 제외한 5개 기업의 시초가가 공모가를 상회했다.
엘리스그룹의 경우 AI 인프라 기업의 성장성과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회의론이 불거진 영향으로 상장 첫날 주가가 약 32% 급락했지만, 하루 만에 주가가 약 30% 상승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공모주 투자자 중 상당수가 상장 직후 주식을 매도해 단기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최근 시초가 상승률의 개선은 공모주 투자의 수익성이 다시 좋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최근 IPO 시장의 회복세가 신규 상장 기업들의 합리적인 공모가 책정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봤다. 시장의 눈높이에 맞춘 공모가가 형성되면서 상장 이후 주가 상승 여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나유석 대신증권 IPO 전무는 "국내 증시가 여름에 급락한 이후 좋지 않은 시장 상황에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에 합리성이 생긴 종목들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기덕 삼성증권 캐피탈 마켓(Capital Market) 본부 상무도 "현재 유통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공모시장 쪽에서 오히려 투자 기회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 치열해진 청약 경쟁률…10월 일반청약 경쟁률 '1천대 1' 이상 기업 비중 56%
공모주 투자 수익률이 좋아지자 일반 투자자들의 청약 열기도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신규 상장 기업들의 일반청약 경쟁률이 대부분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9월부터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기업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10월에는 상장 기업의 절반 이상이 1천대 1 이상의 일반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실제로 월별 신규 상장 기업 가운데 일반청약 경쟁률이 100:1 이상을 기록한 기업의 비중은 8월 33%에서 9월 66%, 10월 89%로 꾸준히 늘었다.
청약 경쟁률이 1천대 1을 넘어선 기업의 비중도 8월 16%에서 9월 50%, 10월 56%로 급증했다.
● 연말 IPO 기업 몰린다…거래소 신속 심사 영향
IPO 시장의 회복세와 함께 신규 상장 기업 수도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8월과 9월에는 각각 6개 기업이 증시에 입성하는 데 그쳤지만, 10월에는 총 9개 기업이 상장할 예정이다. 연말을 앞둔 11월과 12월에는 이보다 더 많은 기업이 상장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속도 개선이 연말 IPO 큰 장이 열리는 데 도움을 줄 거란 기대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지난 3분기부터 우량 기업에 한해 신속한 상장 심사를 진행해 왔다. 이 때 상장을 준비한 기업들이 10월을 기점으로 시장에 등장하며 IPO 시장 전반에 활기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다만 공모 일정이 연말에 몰리면서 공모가 밸류에이션에 따른 투자자들의 공모 기업 '옥석 가리기'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나유석 전무는 "연말이 되면 워낙 공모주 공급 물량이 많기 때문에 기관들과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을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종목들은 잘 되고 비싸다고 판단되는 종목들은 잘 안되는 등 양극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