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이어 또?…김지원 SNS 몰려가 '아수라장'

입력 2026-10-26 20:21
5·18 다룬 '닥터X' 방영 중단 청원
현대사 건드린 콘텐츠마다 갈등


SBS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이하 '닥터X')가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다뤘다는 이유로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이 제기됐다. 앞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 왜곡 논란 끝에 정치권 공방으로까지 번진 데 이어, 현대사를 소재로 한 대중문화 콘텐츠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논란이 된 회차는 지난 24일 방송된 6회다. 5·18 당시 머리에 총상을 입고 평생 후유증에 시달려온 환자 오상범(하성광 분)의 사연을 담았고, 이 회차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9.5%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극 중에는 1980년 군의 최루탄과 총격을 받는 시민들의 모습, 오상범의 머릿속 총알 파편이 군부 정권의 헬기 사격을 입증할 핵심 증거라는 대사, 주인공 계수정(김지원)과 등장인물들이 518번 버스를 타고 국립5·18민주묘지로 향하는 장면, 가상의 전직 대통령 지두석이 의식불명 상태로 응급 이송돼 오상범과 만나는 장면 등이 나왔다.

26일 국회전자청원 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닥터X' 방영 중단 청원은 공개 전 찬성 요건인 100명을 채워 소관위원회 회부 등 공개 여부를 검토받는 단계다.

청원인은 "원작인 일본 드라마와 달리 한국판에 (5·18) 관련 내용이 등장한 것은 특정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기 위한 끼워 맞추기"라며 "역사적 아픔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겠으나, 세부적 논쟁이 있는 정치적 사안을 뜬금없이 드라마에 활용했다"고 주장하고, 방영 중단과 제작진의 국회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온라인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역사적 소재를 메디컬 드라마 서사에 결합한 방식이 장르적으로 충분히 설득력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현대사의 아픔과 국가 폭력 피해자의 상처를 조명해 울림을 줬다며 창작의 영역을 지나치게 정치화한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SBS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제작 총괄인 이옥규 스튜디오S 책임프로듀서(CP)가 방송 당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두려움 없다"(no fear)라는 문구를 올려 여러 해석이 나왔다. 논쟁은 출연 배우 개인에게도 번져, 김지원의 SNS에는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앞서 영화 '암살자(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개봉 당시 작품 완성도에 대한 호평과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팽팽히 맞섰고, 평점 테러와 관람 보이콧을 넘어 주연 배우 유해진의 집 앞 시위까지 벌어져 배우가 신변 보호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이념 공방과 배우를 겨냥한 비난이 우려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연합뉴스에 "연출이나 서사의 완성도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시청자의 권리지만, 국회 검증 요구나 방영 중단 같은 규제적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작품 출연을 이유로 배우 개인에게 사상 검증식 공격을 가하는 것은 일종의 메카시즘에 가깝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