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 두 곳에서 잇따라 불이 나 19명이 다치게 한 70대 피의자의 신상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를 받는 A씨를 신상공개위원회에 회부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공개가 결정되면 A씨의 얼굴과 실명이 공개된다.
중대범죄신상공개법(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 공개에 관한 법률)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사건에서 범죄 사실이 충분히 입증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도록 규정한다.
피해를 본 특허법인은 연합뉴스에 A씨의 신상이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인 관계자는 "불을 지르기 전 A씨가 자신을 응대한 직원에게 인사하면서 '씩' 웃었다고 한다"며 "그 웃음 때문에 해당 직원은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씨가 4년 전에도 직원들이 가장 분주한 점심시간 바로 전에 찾아왔었다며 "사회에 나오면 분명 다시 일을 치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이날도 경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0일 체포된 뒤로 줄곧 “(특허 법인에)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해 왔는데, 법인 측이 종이로 된 실물 특허 등록증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2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가기 전에는 취재진에게 “(피해자들에게) 미안은 한데 (나는) 사기를 당했다”고 말했고, 심사 중에도 판사에게 같은 주장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법인에 따르면 A씨가 요구하는 실물 등록증은 관련 절차상 발급되지 않는다.
A씨는 4년 전에도 이 특허법인을 찾아가 종이 등록증을 요구하며 휘발유를 뿌리고 직원을 위협하다 구속돼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
경찰은 A씨가 방화 전 특정인을 찾았다는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 적용해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정신 병력 여부도 확인하고 있으며, 이번 주중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범행 동기를 추적한다. 경찰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30일까지 송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A씨는 20일 오전 11시 54분께 신명빌딩 3층에 낮 12시 1분께 한양빌딩 4층에 잇따라 불을 질러 19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가운데 변리사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도주하던 A씨를 범행 약 4시간 만에 붙잡아 2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