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대신 맞춤형 증설…삼성·SK 전략 달라졌다

입력 2026-10-26 15:28
수정 2026-10-26 15:31
<앵커>

오는 28일과 29일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컨퍼런스콜이 예정돼 있습니다.

메모리 사이클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두 회사가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수요를 확인하고 장비를 천천히 구축하는 이른바 '쉘 퍼스트(Shell First)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부 홍헌표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이번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는 주주환원 계획이 발표될 예정이죠?

<기자>

28일에는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 29일은 삼성전자 확정실적이 발표되고 컨퍼런스콜이 열립니다.

SK하이닉스는 분기 영업이익 80조 원을 넘을 것인지 관심이 쏠립니다.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 상장 추진으로 한바탕 소란을 벌였는데, 이번 컨퍼런스콜에서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입장과 추가 주주환원 정책이 나올 전망입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부터 40조 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취득해 전량 소각했습니다.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이상을 환원할 계획인데, 자사주 취득 및 소각과 특별배당 등 배당 확대 방안도 준비 중입니다.

이사회 결의를 거친 뒤 이러한 내용이 담긴 주주환원 대책을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발표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 역시 추가 주주환원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삼성은 지난 8월 21일 임직원 보상용 자사주 약 15조 원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콜에서는 3분기 정규배당을 포함해 약 30조 원 규모의 현금배당의 구체적인 안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최근 빅테크들의 조달금리 인상과 AI 수익성에 대한 의문으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반도체가 하강기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메모리사들은 공급조절 전략으로 방어에 나섰다고요?

<기자>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이 공급 전략 변화로 슈퍼사이클을 길게 끌고 가려는 모습입니다.

최근 메모리 업계는 ‘셸 퍼스트(Shell First)’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껍데기 먼저, 공장의 외형과 클린룸 등 인프라를 먼저 준비하고, 실제 생산 장비는 수요에 맞춰 단계적으로 투입하는 방식입니다.

공장 건설과 실제 비트(bit) 생산 사이의 시차를 활용해, 단기 공급 증가 속도를 정교하게 조절하는 전략입니다.

삼성전자의 평택 5공장과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 신규 팹이 완성되더라도, 웨이퍼 투입이나 수율 안정화 등을 거쳐 실질 출하량은 천천히 올리는 겁니다.

실제 시장에서는 HBM 출하량이 올해 367억 Gb(기가비트), 내년에는 55% 성장한 567억Gb, 2028년에는 두 배 커진 750억Gb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메모리 3사의 월 웨이퍼 생산량은 올해 3분기 기준 1,695만 장인데, 내년에는 14% 증가한 1935만 장, 2028년에는 2,245만 장으로 올해 대비 32% 증가에 그칩니다.

셸 퍼스트로 전체 공급 확대의 속도를 조절한다면 HBM 생산의 증가로 범용 D램 생산 능력이 줄어드는 현상도 심화하고 있습니다.

HBM 공정 특성상 일반 D램보다 훨씬 많은 웨이퍼가 들어가는데, 메모리 업체들이 HBM에 웨이퍼를 집중할수록 시장에 공급될 수 있는 범용 D램의 생산 여력은 감소합니다.

이런 현상이 맞물려 전체 메모리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상황입니다.

이에 HBM을 포함한 글로벌 D램 시장규모는 내년에 1조612억 달러(약 1,403조 원)로 올해(6,343억 달러, 약 838조 원) 대비 무려 67% 커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앵커>

사실 공장을 먼저 짓고, 장비를 나중에 반입하는 것은 그동안 메모리 업계가 해왔던 방식이어서 공급 과잉을 걱정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이번에 추진하는 전략이 과거와 차이점이 있습니까?

<기자>

예전에도 클린룸 구축을 먼저하고 장비를 넣는 전략이었습니다.

다만 과거에는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 업체들이 일제히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고, 장비 투자도 증설 계획에 따라 집행했습니다.

특히 경쟁사보다 먼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공장 완공 후 장비를 대량으로 조기 투입하는 '치킨 게임'형 증설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이 때문에 예상치 못한 수요 둔화가 오면 곧바로 극심한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수요에 맞춰 투자 시점과 규모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3~5년 기간의 장기공급계약(LTA) 물량이 전체 수요의 약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선수금이 들어온 물량에 맞춰서 장비를 들이는 겁니다.

공장 껍데기(클린룸)는 미리 넓게 준비해두고, 장비 투입은 빅테크 고객이 돈을 내고 계약을 확정짓는 시점에 시작하는 구조로 전환한 겁니다.

늘어난 장기계약으로 수요 예측력을 높여 생산능력을 과도하게 늘리던 위험을 줄여가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그럼에도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 감소나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급성장은 여전히 우려할 부분인데, 메모리 고점은 언제로 예상하고 있습니까?

<기자>

시장에서는 빅테크들의 AI 투자가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습니다.

AI의 수익성 창출이 지연되거나 잉여현금흐름(FCF)이 빠르게 악화되면 메모리 수요가 예상보다 일찍 줄어들 가능성은 있습니다.

중국 기업들의 성장으로 제품별로 수급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CXMT와 YMTC가 생산량을 늘리면 레거시 D램이나 낸드플래시에서는 내년 하반기부터 가격이 하락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과거와 달리 이번 사이클은 공급이 실제 출하량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HBM은 중국이 메모리 3사와 3~4년 이상 격차가 있기 때문에 내년 말까지는 서버용 메모리와 HBM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 영향으로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각각 592조 원, 455조 원으로 두 회사 합쳐서 1천 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2028년 전망치는 2027년 대비 약 10%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2027년을 정점으로 메모리 호황이 연착륙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장기 공급계약을 활용해 슈퍼사이클을 보다 길게 가져가려는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