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을 몰고 마트 출입구까지 진입한 뒤 엔진 굉음을 내며 직원과 고객들을 위협한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은 차량 속도가 빠르지 않고 운전 방식도 난폭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당시 행동만으로도 피해자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판단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1-3부(허일승 부장판사)는 특수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A씨(58)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 강원 평창군의 한 마트에서 차량을 몰고 출입구 앞 보행자 통로까지 접근했다. 이후 마트 자동문이 열리자 차량을 그대로 전진시켰다.
A씨는 차량 앞 범퍼와 보닛 일부가 마트 내부로 들어간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아 엔진을 공회전시키며 '웽'하는 굉음을 냈다.
이틀 뒤에도 같은 마트를 찾아 차량이 출입문 양옆에 걸릴 때까지 전진하는 등 비슷한 행동을 반복했다.
수사기관은 A씨가 차량을 이용해 마트 출입구 주변에 있던 종업원과 고객들을 위협했다고 보고 특수협박 혐의 등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A씨는 법정에서 "마트가 영업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들어가려 했을 뿐"이라며 협박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마트 안으로 진입하려고 시도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협박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차량이 출입구 유리문과 앞에 쌓인 상품 등에 막히자 곧바로 후진한 점, 당시 주행 속도가 빠르지 않았던 점, 운전 방식이 특별히 난폭하거나 위험해 보이지 않았던 점 등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은 A씨의 행동을 본 마트 종업원들과 고객들이 놀라 모여들어 차량을 쳐다본 점 등에 주목했다. 차량을 빠르게 운전하지 않았더라도 마트 안으로 들어오려는 행동 자체가 피해자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서 "돌진할 것 같아 무서웠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차량의 주행 속도와 운전 방식 등을 고려하더라도 피해자들이 A씨의 행동을 인지한 이상 협박 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상당한 공포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점과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며 "심신미약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신적 판단력이 온전치는 않아 보이는 점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