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을 둘러싼 신용 불안이 빅테크 기업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 국내 증시가 연일 휘청이고 있다.
코스피는 23일 장 초반 4% 넘게 밀리며 5,300선까지 추락하는 등 최근 이어진 하락세 속에서 저점을 더욱 낮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2.4% 내린 5,403.17로 출발해 단 10분 만에 5,305.98(-4.12%)까지 뒷걸음쳤다.
최근 5,500선 부근에서 하락세가 진정되는 듯했던 코스피가 이날 저점을 5,300선까지 낮춘 것이다.
이후 일부 낙폭을 회복했지만 오전 11시 기준 여전히 2%대 하락률을 기록하며 5,400선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내 증시를 끌어내린 주요 원인으로는 미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확산한 AI 투자 관련 신용 우려가 꼽힌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는 메타의 자금 조달 계획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메타가 AI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3분기 현금 흐름이 악화하고, 자금 조달을 위한 신주 발행 계획까지 밝힌 점이 '자금 병목'에 대한 우려를 자극했다.
메타의 5년물 신용부도(CDS) 프리미엄은 하루 만에 약 7bp(1bp=0.01%포인트)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이 메타의 부도 위험 가능성을 크게 봤다는 의미다.
기술주 전반에도 매도세가 확산했다. 엔비디아(-4.4%), 마이크론(-6.3%), 인텔(-8.0%) 등이 일제히 급락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2.6% 떨어지며 6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자사 개발자회의 GTC에서 AI 인프라 수요는 여전히 강하지만 투자에 필요한 자본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점도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전날 메타의 자금 조달 우려를 반영해 3% 넘게 하락 마감했던 코스피는 이날도 추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국내 증시는 반도체 업종의 비중이 높아 AI 산업의 투자 위축과 신용 불안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발 호재도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SK하이닉스는 개장 전 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주가와 지수의 하락 압력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지만 시장 전체의 약세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오전 11시 기준 SK하이닉스는 0.3% 하락하며 상대적으로 선방한 반면 삼성전자는 3.3% 떨어져 더 큰 낙폭을 보였다.
대외 경제 여건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시설을 재차 공격했다고 밝히자 간밤 브렌트유 선물은 4%,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4% 급등했다.
밤사이 미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18bp 급락한 것도 중동·유럽 등 불안 및 AI 신용 우려에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해석되며 주식시장엔 악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