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코스피가 급락하고 있는데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기업 실적표는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실적은 올라도 주가가 떨어지는 '역금융장세'에 진입했다며 새로운 추세 전환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증권부 조예별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조 기자, '역금융장세'가 어떤 의미인지 먼저 설명해주시죠.
<기자>
역금융장세란 기업 실적은 최고치를 찍는데 금리 급등으로 유동성이 위축돼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는 국면을 뜻합니다.
DB증권이 내년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인용한 '증시 사계절 이론'에서 나온 말입니다.
일본의 전설적 투자전략가 우라가미 구니오가 제시한 개념인데, 금리와 실적의 방향성에 따라 증시의 순환 사이클을 사계절처럼 네 단계로 나눴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금리가 내리며 주가가 오르는 1단계 '금융장세(봄)'를 시작으로, 실적이 증가하며 주가 상승을 이끄는 2단계 '실적장세(여름)'를 지나 바로 현재가 세 번째 단계인 '역금융장세(가을)'에 진입했다는 겁니다.
이후에는 금리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더라도 실적이 꺾이며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단계인 '역실적장세(겨울)'로 이어지게 되는데요. DB증권은 이 모델을 바탕으로 올해 4분기부터 내년 사이 금리 변동이 이러한 증시의 국면 전환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시장에서는 어떤 근거로 우리 증시 환경이 역금융장세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는 겁니까?
<기자>
증권가에서는 세 가지 이유를 근거로 한국의 매크로 환경이 역금융장세의 조건을 충족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선 전 세계적인 통화 긴축과 우호적이지 않은 유동성 환경입니다.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금리를 내리는 중앙은행들이 줄고 있죠. 이 때문에 내년 1분기까지는 유동성 한파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고금리와 달러 강세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5% 안팎을 맴도는데다, 달러인덱스도 반등하면서 신흥국 증시 전반에 주가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마지막으로 밸류에이션 괴리입니다.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5.5%로 사상 최고 수준인데요. 반면 주가순자산비율(P/B)은 1.08배까지 추락한 상황입니다. 이는 기업 실적은 견조한데 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실적이 좋아도 거시 경제에 짓눌려 있다면 당장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겠군요. 당분간 이런 이례적인 현상이 지속된다고 봐야 하는 겁니까?
<기자>
당분간은 외부 악재들이 시장 주도주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마찰 요인들로 시장 밸류에이션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인데요.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4.3배 수준으로 장기 평균인 9.7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평가 상태입니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AI 인프라 투자 경쟁 심화와 자본지출 확대로 인한 이자 비용 증가 등 마찰 요인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당분간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코스피가 휴지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앵커>
듣고 보니 답답한 상황입니다만, 기업 실적에 맞춰 코스피가 제자리를 찾으려면 어떤 모멘텀이 필요합니까? 반등의 가망은 없는 겁니까?
<기자>
반등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고금리 부담이 완화되고 위축된 투자심리와 수급이 살아나야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우선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돌아오는 것이 관건인데요. 장문수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완화, 11월 미국 중간선거 종료, 앤트로픽의 성공적인 상장 등 굵직한 대외 불확실성이 살아난다면 본격적인 코스피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신뢰 회복도 증명돼야 합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인 추가 하락 가능성은 있지만 결국 주가는 기업의 펀더멘탈을 반영할 것"이라며 "이달 말 예정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AI 투자 확대 지속성과 실제 수익화 전략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