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을 먼저 사들이는 '선행매수'를 허용하면 일반주주를 보호하려던 의무공개매수제도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2일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개최한 '이사 충실의무와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세미나에서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김민국 VIP자산운용 공동대표와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무위의 도입안은 대주주의 선행매수로 인해 일반주주는 경영권 거래에서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입을 모았다.
● 한샘·롯데푸드·삼성물산 사례 거론…"대주주만 경영권 프리미엄"
이날 세미나에서 김민국 대표 등 발표자들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왜곡된 거래 구조가 반복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과거 한샘 매각 당시 창업자 측이 주당 22만 원의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대주주 지분을 거래한 반면, 일반주주는 같은 조건으로 주식을 팔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샘의 2대 주주였던 테톤캐피탈도 다른 일반주주와 함께 경영권 거래를 통한 차익 얻지 못했고, 이후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조건을 피하지 못했다.
이상훈 경북대 교수는 광주신세계 거래와 삼성물산 합병 등을 사례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배주주에게는 경영권 이전에 따른 프리미엄이 인정되는 반면, 일반주주는 같은 거래에서 지분을 매각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며 "경영권 이전에 따른 이익을 충분히 공유하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 "같은 가격·비율로 매도 기회 보장"…제도 보완 필요성 제기
이날 세미나에서 운용업계와 전문가들은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일반 주주에게도 같은 가격과 조건의 매도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민국 대표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안을 두고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존재할 수 없듯 주주 평등 대우(상법 개정)를 외치면서 대주주만 먼저 빠져나가는 길(선행매수)을 터주는 건 상법 개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정무위의 도입안이 일반 주주 보유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전량 매수형'과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을 동일 비율로 다루는 '안분 매수형' 등 공개매수제도의 보호 장치 중 어느 것도 실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논의안은 일반주주에게 제한적인 매도 기회만 제공한다"며 반쪽짜리 도입안을 개선해 독립이사 심의와 일반주주 승인 등의 보완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