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위기, 앤트로픽 상장 늦출까 [레버리지셰어즈 인사이트]

입력 2026-10-22 16:53
[편집자 주 :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금융 시장은 영국입니다. 세계 3대 거래소인 런던거래소는 전세계 선물·옵션 거래의 절반을 담당합니다. 발전된 금융기법을 토대로, 미국 시장에서도 할 수 없는 고배율 레버리지 투자 역시 이 곳에서 이뤄집니다. 고배율 투자만큼, 영국 시장은 투자의 위험성을 감수하기 위한 분석도 함께 발달되어 있습니다. 영국의 대표적 레버리지 전문 자산운용사인 레버리지셰어즈(Leverage Shares)의 시장 분석을 한국경제TV에 옮겨 싣습니다(번역 : 차휘수).]

10월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공항이 이틀 사이 두 번째로 공격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가 이끄는 연합군과 자국에서 오랫동안 싸워온 예멘의 후티 세력이 미사일과 드론을 떼 지어 발사한 것이다. 같은 날 이란은 탐지를 피하려고 선박자동식별장치를 끈 채, 이란 정부가 ‘허가받지 않은 항로’라고 규정한 길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려던 유조선 6척을 공격했다.



후티가 홍해 통항 조건을 좌우하고 이란이 중동 나머지 지역을 통과하는 에너지 흐름을 사실상 통제하면서, 동아시아 주요국과 유럽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막대한 부분이 이제 사실상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놓였다. 적어도 선박 운항을 보장하기 위한 보험수리적 계산에서는 그렇다.

한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앤트로픽이 한 달 넘게 상장을 미루고, 그보다 더 오랫동안 상장 시점에 관한 메시지를 바꿔온 끝에 이제 중간선거 이후 상장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이 일정은 불안정할 수 있다. 특히 지난 50년간 집계된 에너지 위기와 기업공개(IPO) 거래 건수 사이의 뚜렷한 상관관계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IPO와 에너지 흐름의 관계

상장 이후의 주가 성과와 분쟁 사이에 엄밀한 직접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에너지 위기는 조금 다른 문제다.



출처: IPOVitalSigns, 플로리다대학교, 레버리지셰어즈 | Sandeep Rao

1970년대는 1960년대 후반 IPO 건수 감소에서 잠시 회복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1973-1974년 아랍의 석유 금수 조치로 미국 IPO 시장은 거의 문을 닫다시피 했다. 주식시장이 가치의 절반 가까이를 잃는 동안, 한 해 수백 건에 이르던 발행은 1974년 한 자릿수 안팎으로 떨어졌다. 당시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로 불리던 대형 우량 성장주 역시 19721973년에 정점을 찍은 뒤 급락했다.

1979~1980년 이란 혁명 당시 유가는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고 연준의 정책금리는 20%에 가까웠다. 1990년 걸프전 때는 유가가 거의 두 배로 뛰었고 그해 말 IPO 건수는 급감했다. 2008년 유가 급등과 금융위기에는 많은 발행사가 상장을 철회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충격 이후에는 상장 후 주가 성과가 부진했고, 발행사들은 이듬해와 그 이후까지도 상장을 미뤘다.

그 영향을 전달하는 경로는 에너지 자체보다는 금리와 변동성이라고 볼 수 있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이는 금리와 할인율을 끌어올린다. 할인율이 높아지면 먼 미래의 이익에 기업가치가 크게 의존하는 회사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기업은 자본을 조달하고 부채시장에 더 쉽게 접근하려고 상장하지만, 이때 차입 비용 역시 높아진다.

50년에 걸친 데이터는 특히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변화가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기술기업들이 대거 등장했고, 투자자들이 전통적인 산업·상업 시설을 대규모로 보유한 기업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었던 틈새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IPO를 통한 자금 조달액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IPO 주관사들의 관심사인 공모 조달총액은 냉전 이후의 심각한 에너지 위기와 뚜렷한 관계를 보인다.

출처: IPOVitalSigns, 플로리다대학교, 레버리지셰어즈 | Sandeep Rao

기술주 중심의 IPO 시장이 전통적인 산업보다 더 많은 자금을 끌어들이게 됐음에도, 공모 조달총액은 위기가 발생한 해마다 직전의 흐름과 비교해 뚜렷하게 꺾였다.

그런 위기 속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며 상장한 기업들은 있었다. 다만 그 성공을 결정한 조건은 대체로 당시의 상황에 크게 좌우됐다.

위기 속에서 성공하는 IPO의 조건

2008년에는 IPO가 21건에 불과했지만, 총 228억 달러를 조달했다. 그중 약 80%인 179억 달러가 비자 한 회사의 IPO에서 나왔다. 2022년에는 39건의 IPO가 상장 첫날 평균 47.7%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사실상 소수의 소형 IPO가 평균을 왜곡한 결과였다.

요컨대 우량한 대형 발행사는 위기 중에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이를 보여주는 선례도 있다. 1980년 10월 상장한 제넨텍은 첫 거래일에 주가가 거의 두 배가 됐고, 같은 해 12월 상장한 애플은 하루 만에 약 30% 올랐다. 다만 이 사례들의 성공 요인은 조금씩 다르다.

-비자와 시스코 같은 기업은 수익성이 높고 현금흐름이 강해 재무상태표 자체가 강점이었다. 시스코는 걸프전 충격이 오기 전인 1990년 2월 상장했다.

-제넨텍과 애플은 매출 규모가 비교적 작았지만, 새롭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에 관한 성장 서사가 흔들리지 않았다.

위기에서 벗어난 뒤에는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위험 감수 성향이 높아지면서 시장 전체가 함께 상승했다. 예컨대 1991년 초 ‘사막의 폭풍 작전’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뒤이어 수년간 IPO 호황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앤트로픽의 재무 수치와 사업 구조에는 에너지 위기 속에서 상장을 추진할 경우 폭넓은 투자자들과 IPO 주관사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 만한 요인이 여럿 있다.

앤트로픽 IPO를 늦출 수 있는 요인

앤트로픽은 AI 안전 문제를 다루기 위해 상장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그러나 단순한 사실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재무상태표가 강점인 회사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회계상 비용을 제외해도 2025년 영업손실은 81억 달러였다. 매출 1달러를 올리는 데 약 1.76달러를 쓴 셈이다.

고객 두 곳이 2025년 매출의 거의 4분의 1을 차지했고, 대형 고객 중에도 장기 계약을 맺지 않은 곳이 많다. 전통적인 의미의 부채는 앤트로픽이 희망하는 2조 달러의 기업가치와 비교하면 특히 적어 보인다. 여기에는 150억 달러 규모의 회전신용한도와 아마존 및 알파벳 양쪽에 발행한 전환사채가 포함된다. 그러나 앤트로픽이 앞으로 10년간 컴퓨팅 및 인프라 공급업체에 지급해야 할 금액은 최소 5,180억 달러에 이른다. 이 약정의 약 80%는 취소할 수 없거나 실제 설비 이용량과 관계없이 지급해야 한다.

이처럼 고정된 대규모 지출 약정은 금리 상승이나 수요 둔화에 대한 기업의 민감도를 높인다.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사업 부문이 없는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에 에너지 충격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바로 이 위험 때문이다.

2025년 미국 IPO의 중간값 기업은 첫 거래일 종가 기준 직전 12개월 매출의 약 8배에 평가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가치 2조 달러를 목표로 하는 앤트로픽은 연율화 매출 실행률의 약 20~30배에 거래되기를 원하는 셈이다. 직전 12개월 매출과 연율화 매출 실행률을 엄밀히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 격차가 말해주는 바는 분명하다.

주요 에너지 생산 지역들이 교착 상태에 머물러 유가가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인다면, 성장 서사에 의존하는 IPO도 성사될 수 있다. 앤트로픽 같은 최첨단 AI 연구소에 더 해로운 것은 갑작스러운 충돌 격화가 반복되는 바로 그 주간에 상장하는 일이다. 2월 말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 휴전 또는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신호를 거의 40차례 보냈지만, 그 어느 것도 지속되지 않았다. 이제는 다음 휴전이나 합의 발표 역시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는 예상 자체가 사실상 가능해졌다.

중간선거 전망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며, 상원까지 가져갈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유권자들의 생각과 그들이 선출한 대표들의 입장 사이에는 뚜렷한 간극이 있다. 중동 문제를 예로 들면, 민주당 지도자인 척 슈머조차 이스라엘이 필요한 모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계속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는 중동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입법부 차원에서는 이스라엘의 전략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유지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최근 조사에서는 민주당 유권자의 최대 75%가 이스라엘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에 반대했고, 여러 여론조사에서는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같은 의견이 과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주요 에너지 생산 지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이다. 양측이 잇달아 공격하면서 정유시설과 수출시설 곳곳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피해를 입었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특히 대출과 제재를 통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더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원조를 약속하는 데 대한 지지는 양당 모두에서 낮은 수준이지만, 트럼프 현 행정부 동안에도 몇 차례 그랬듯 상황이 뒤집힐 수 있다. 우크라이나 문제에서도 정치 지도부는 성향을 가리지 않고 유권자들과 엇갈린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상당수, 이 역시 과반이상이 분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민심이 정치권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대표와 유권자 사이의 간극은 장기적으로 미국 양당 내부에 파장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민심이 중간선거 이후의 의회를 움직여 이들 분쟁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확실히 끝내게 할지는 전혀 분명하지 않다.

트럼프가 워낙 양극화를 불러일으키는 인물인 만큼, 유권자들의 뜻을 실행하지 못하거나 실행하려 하지 않는 대표들을 향한 비판을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대부분 흡수하는 피뢰침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중간선거 이후에도 분쟁이 지지를 받는다면, 심지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방식으로라도 그렇다면, 앤트로픽 같은 성장기업의 상장을 둘러싼 위험은 주관사들 눈에 더 커질 것이고 상장은 한층 더 지연될 수 있다.

앤트로픽과 오픈AI는 모두 최첨단 AI 연구소들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이자 상장이 늦어지는 이유로 ‘AI 안전’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 설명에는 또 다른 결과가 담겨 있다. 감독이 강화되면 새로운 연구소, 다시 말해 경쟁사들은 더 넓은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진다. 경쟁자가 줄면 시장은 통합 쪽으로 기울고, 매출 기반은 더 확고해지며 성장 전망도 더 큰 지지를 얻는다.

그러나 오늘날 AI 시장은 지금까지의 기술 산업 전반이 놓여 있던 환경과는 다르다. 세계 여러 나라는 독자적인 역량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미국이 시행하는 ‘AI 안전’ 규제 체계가 중국, 인도, 그 밖의 아시아 지역 등에서도 반드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AI, 또는 적어도 그 기반을 이루는 체계는 다른 지역에서도 성장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만큼 전략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규제가 세계적으로 일률 적용된 산업은 극히 드물다. 미국이 규제를 도입하면 다른 나라들도 각자의 규제를 마련할 것이며, 이는 앤트로픽 같은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내세우고자 하는 공략 가능 시장에 역풍이 될 것이다.

결국 중간선거 결과가 어떻든, 선거가 끝나자마자 유럽과 중동에서 현재 진행 중인 분쟁에 대한 미국의 역할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가정하기는 이르다. 분쟁이 계속된다면 앤트로픽 IPO 주관사들이 상장 시점을 더 뒤로 미루려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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