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간밤 메타의 깜짝 실적에 강하게 반등하던 미국 증시가 야간 거래에서 아시아 시장과 함께 소폭 조정을 받고 있습니다.
어제 코스피를 밀어올린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크게 약해진 데다, 기관 자금 이탈이 겹치면서 시장의 추가 반등을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딥시그널 김종학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어제에 이어 오늘 새벽까지 미국에서 나온 소식들은 분명 기술주와 반도체주에 우호적이었잖습니까?
<기자>
기본적으로 광고 수익 악화 가능성이 높던 메타 플랫폼이 예상과 다르게 자금 조달과 새로운 사업 구상을 공개하며 시장의 불안을 덜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년간 누적되어 온 막대한 설비투자, 현금 고갈 위험을 완전히 피하진 못했습니다.
7개 빅테크 중 가장 먼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메타는 그동안 스페이스X나 아마존 같은 클라우드 임대 매출이 없어 자금 고갈 우려가 가장 컸던 곳인데요.
이런 우려를 덮기 위해 올해 연간 설비투자 전망치를 기존 최소 1300억 달러에서 1350억 달러로 높여, 최대 1450억 달러까지 집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본래 계획보다 투자 하단을 50억 달러 더 늘린 겁니다.
긍정적인 건 메타가 올해 3분기까지 누적해서 쓴 설비투자 규모를 뜯어보면 860억 달러로, 목표 중간값인 1400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칩니다.
즉, 올해 마지막 4분기에만 540억 달러, 우리 돈 약 74조 원 규모의 서버와 반도체를 집중적으로 사들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문제는 상장 이후 처음 3분기 잉여현금흐름이 21억 달러 적자로 돌아선 것인데, 자금 조달에 대한 압박을 완전히 덜어내진 못했습니다.
하이퍼스케일러들 조차 회사채 조달에 드는 이자 비용이 뛰고 있다보니, 메타는 이러한 차입 대신 의결권이 없는 클래스C 보통주를 새로 발행해 자본을 조달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AI 뮤즈 공개 이후 6주 만에 10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한데다, 새로운 에이전트 공개 기대까지 나왔다는데도 상승폭이 크지 않습니다.
문제는 아시아 시장 전반의 하락 그 중에서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재차 하락한다는 것인데, 어떤 이유인 겁니까?
<기자>
오늘 하락은 매수 여력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큽니다.
메타의 강한 실적과 별개로 테슬라의 투자 축소가 부른 실망감으로 차익 실현을 자극한 것도 하나의 배경입다.
간밤 메타와 함께 실적을 발표한 테슬라는 3분기 매출이 1년 전과 비슷한 상태(280억 5000만 달러)에 영업이익은 56% 급감했는데요.
설상가상으로 올해 설비투자 목표치를 기존 250억 달러 이상에서 200억 달러로 50억 달러나 깎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날 기대를 모았던 스페이스X와의 합병 논의에 대해서도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지뢰밭에서 탭댄스를 추는 격"이라며 톤을 낮추기도 했고요.
또 끊이지 않은 인공지능 투자의 실질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입니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분석한 자료를 보면, 돈을 벌고도 수익을 확보하지 못하는 흐름이 뚜렷합니다.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실질 투하자본수익률이 팬데믹 무렵 43%를 기록한 뒤 올해 25%로 떨어져 201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다음 주까지 기술기업들의 실적이 남아있기 때문에 1, 2위 클라우드 업체들의 성장성을 확인하기 전까지 반복될 문제로 꼽힙니다.
이런 상황에서 좀처럼 풀리지 않는 지정학 문제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있고요.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를 떠받치던 자사주 매입 여력마저 소진되면서 시장이 한층 취약해졌다는 진단입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전날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종료하고 예상보다 한 달이나 앞당겨 전량 소각한 상태입니다.
<앵커>
미국은 재무장관까지 나서서 버블 논란을 덮으려 하고 있는데, 설득력이 있는 발언입니까?
<기자>
간밤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한 비공개 로빈후드 콘퍼런스에서의 발언인데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 자리에서 AI 데이터센터 구축 과정의 부채 위기를 언급하며 "시스템적인 위기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일축했습니다.
가령 코어위브와 같이 재무 위험이 커진 일부 클라우드 기업들이 있다 하더라도, 그 뒤에서 투자를 이끌어온 빅테크 기업들의 재무구조까지 훼손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베선트 장관은 오히려 금융 문제보다는 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발하는 미국 내 정치적 기류를 언급하며, 기술 기업들이 왜 데이터센터가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 일반 시민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는 시각을 내비쳤습니다.
<앵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관점에 따라 바닥론과 위기론이 팽팽히 맞서는 흐름입니다.
우리 반도체 주가가 너무 과하게 빠졌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데, 연내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겁니까?
<기자>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시장 분석 자료를 보면, 한국 메모리 반도체 종목의 낙폭이 역사적 기준치를 벗어났다는 진단이 공통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반도체 업황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가 지난 20년간 겪은 7차례 하락 사이클을 전수 분석했는데요.
과거 조정기에는 고점 대비 평균 15개월에 걸쳐 51% 하락했는데, 이번에도 이미 그 수준에 도달한 과매도 구간이라는 겁니다.
업황이 꺾이지 않았는데도 주가만 불황기 바닥 수준까지 밀려났다는 지적이고요.
JP모건 역시 코스피의 기술적 과매도 지표가 작년 4월 해방의 날 급락 당시 수준까지 내려앉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 시각들도 나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주 내놓은 전략 보고서에서 시장이 현재 반도체의 사상 최대 이익보다 앞으로 초과이익이 꺾일 가능성을 먼저 주가에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률이 과거 호황기 수준 이하로 내려오는 시나리오별 코스피 지수를 산출했는데요.
내년 반도체 영업이익률이 40%로 정상화되는 기본 시나리오에서 코스피는 5460선으로 나왔고요.
영업이익률 50%를 유지하는 강세 시나리오에서도 상단은 6360선에 그쳐 7000선 회복이 어렵다는 전망까지 등장했습니다.
<앵커>
다음 주 빅테크와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실적과 연준의 통화정채까지 굵직한 이벤트들이 예정되어 있죠.
하나하나 확인하기까지 시장을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흐름이 이어지겠군요.
잘 들었습니다. 딥시그널 김종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