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마친 뒤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던 50대 남성이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했다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단순한 의심 신고만으로는 음주 측정을 강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4형사부(구창모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A씨(58)의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지난해 6월 20일 충남 아산시의 한 음식점에서 발생했다.
A씨는 이날 오후 8시 12분께 운전을 마친 뒤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약 1시간 50분 뒤인 오후 10시 1분께 음식점에 있던 B씨가 A씨의 위협적인 행동을 문제 삼으며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오후 10시 30분께 A씨에게 음주 측정을 요구했으나 A씨는 "운전을 마친 뒤에 술을 마셨다"며 거부했다.
검찰은 A씨를 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의 쟁점은 A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였다. 도로교통법은 이러한 이유가 있는 경우 경찰이 음주 측정을 요구할 수 있고, 운전자는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이 확보한 정보가 제삼자의 추측성 신고와 운전을 마친 지 약 2시간이 지난 뒤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A씨의 모습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정황만으로는 상당성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주관적 의심만으로 음주 측정 의무를 인정하게 되면 악의적인 목적으로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하는 것만으로 무고한 시민을 강제 수사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운전을 마친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나 다른 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시민에게 음주 측정 의무를 부과하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과거 행적을 입증해야 하는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된다고 봤다.
검찰은 음주운전을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음주 측정 의무가 인정되려면 단순 의심을 넘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정황이 뒷받침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음주 측정 거부가 언제나 처벌을 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운전 당시 음주를 의심할 만한 객관적 근거가 있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