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6천억달러 쏟아붓는데"…골드만삭스 경고한 위험

입력 2026-10-21 08:31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170% 급증 전망 美 전력망 연결에 평균 아닌 중간값 기준 5년 소요 올해 86개 프로젝트 취소·지연…76건은 주민 반대 영향


인공지능(AI) 산업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력 인프라 부족이 산업 성장의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AI 기술 발전과 투자 확대 속도를 전력망 확충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17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가분의 60% 이상은 미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전력 공급을 위한 인프라 확충 속도다. 현재 미국에서는 약 2,600기가와트(GW) 규모의 발전·에너지 저장 프로젝트가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의 기존 발전설비 용량보다 두 배 이상 큰 규모다.

그러나 전력망 연결을 신청한 뒤 실제 상업운전에 들어가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중간값 기준 약 5년에 달한다. 발전설비가 마련되더라도 송전망과 변전시설 등이 제때 확보되지 않으면 전력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전력망 건설 속도도 둔화하고 있다. 미국의 연간 신규 고압 송전선로 건설 규모는 2010~2014년 평균 1,700마일에서 2020~2023년 평균 350마일로 줄었다. 환경영향평가에만 3~4년이 걸리고, 고압 변전시설과 변압기 확보에도 3~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걸림돌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 취소되거나 크게 지연된 관련 프로젝트는 86건이다. 이 가운데 76건은 주민 반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

주민들은 데이터센터와 발전시설 건설에 따른 소음과 교통 혼잡, 물 사용량 증가뿐 아니라 전기요금 상승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인프라 부족은 AI 기업들의 투자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부터 2031년까지 AI 컴퓨팅과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에 약 7조6천억달러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아마존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기술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2027년 채권 발행 규모가 4,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추정치보다 60%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 데이터센터 건설에 나서더라도 전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설 가동과 투자금 회수가 늦어질 수 있다. 전력 인프라 부족이 단순한 건설 지연을 넘어 AI 기업들의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골드만삭스의 제이슨 토프스키 글로벌 디지털 인프라 투자은행 부문 책임자는 "전력은 아마도 영구적인 병목 요인이 될 것"이라며 "프로젝트 하나를 제대로 진행하려면 자금 조달을 포함해 수십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AI 산업의 성장 속도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규모뿐 아니라 전력망 확충과 지역사회의 수용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